지난 27일 남북 정상이 발표한 '판문점 선언 전문'이 이더리움 블록체인 상에 기록됐다. 블록체인은 그 특성상 데이터가 한 번 기록되면 수정과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남북 두 정상의 역사적인 발자취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영구적으로 세상에 남게 됐다.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판문점 선언을 기록한 류기혁(27)씨는 "남북정상회담을 보며 가슴이 벅차고 울컥했다"며 "개발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판문점 선언문을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찾아서 이더리움 블록체인 상에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세상의 모든 데이터가 사라져도 이더리움 551만 7,596번째 블록에 기록된 판문점 선언문은 이더리움이 사라지지 않는 한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 씨는 자신에게 이더리움을 송금하는 거래를 만들어 거래 정보에 판문점 선언 전문을 넣었다. 이더리움 거래내역을 조회할 수 있는 '이더스캔'에서 거래값(Txhash)으로 '0xe4ee15d3f63db8464a649e3237ed83e930f9b3e40e842537a626745d1c96553c'를 입력하면 해당 거래내역을 볼 수 있다.
여기서 입력데이터(Input Data)란에 16진수로 기록된 데이터를 변환하면 판문점 선언의 전문을 볼 수 있다.
또한 류 씨는 영문으로 된 판문점 선언문도 외신에서 찾아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새겼다. 거래값(Txhash)은 ‘0xf56d81301da93f71368ad7f8d605648d77be6edb13e8875cf3e5906f38d1b548’이다
한편, 류 씨는 아이디어의 영감을 최근 중국 '미투(Me too)' 운동을 블록체인에 남긴 사례에서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20년 전 베이징대에서 한 학생이 교수로부터 성폭행을 당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이 사건은 최근 베이징대 미투 운동의 도화선이 됐다.
학생들은 당시 사건에 대한 정보 공개 및 정식 조사를 학교 측에 요구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오히려 정보 공개 요청을 파기하도록 강요하고 학생을 협박했다. 이에 학생들은 위챗이나 웨이보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알리고자 했지만 이마저도 당국의 검열로 삭제됐다.
이에 익명의 누군가가 당국의 검열에 맞서 학생들의 공개성명서를 이더리움 블록체인 상에 올렸다. 거래 내역의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당국의 개입을 피하고자 한 것이다. 이 사건은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소개되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도요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