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포스트 단독 인터뷰] 삼성SDS David Ham "블록체인, 엄청난 잠재력 가지고 있어"

"​블록체인은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등 모든 기술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죠."

블록체인 기술은 ‘제2의 인터넷 혁명’이라 불리며, 4차산업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 2015) 발표에 따르면 오는 2025년에는 전 세계 GDP의 10%가 블록체인 기술에 저장될 것이라 예측할 만큼 크게 주목 받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말 정점에 달한 비트코인 광풍은 블록체인·암호화폐를 대중에게 널리 소개하며, 관련 분야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켰다. 이에 작년 말 설문조사에서는 직장인 3명 중 1명이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한 블록체인·암호화폐 관련주들은 주식시장에서 급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암호화폐 정부 규제 및 국내외 여러 이슈로 암호화폐 시장이 크게 폭락했고, 장밋빛 전망은 점차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뀌고 있다. 일부에서는 암호화폐뿐 아니라 기반 기술이 되는 블록체인도 결국 거품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토큰포스트는 블록체인·암호화폐 시장의 현주소와 미래 전망을 살펴보고자 David Ham 삼성SDS 글로벌 블록체인 비즈니스 개발 총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언제부터 블록체인 기술에 관심을 갖게 되셨습니까? 계기는 무엇입니까?

2010년 동료들이 비트코인을 ‘거래를 최소한의 비용으로 신속하게 직접 처리할 수 있는 새롭고, 특별한 기술’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모든 거래가 개인적이라는 점과 공유원장(shared ledger)에 영구적으로 기록된다는 점도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당시 비트코인의 달러 대비 가치는 별로 크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비트코인은 투자 대상이 아니었고, 정말 기술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이후 기술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고, 저는 비트코인의 기반 기술이 블록체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블록체인은 당시로서는 정말 신선하면서도 상당히 추상적인 개념이었습니다. 약 5~6년 전에 한국에서 비트코인·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설립하려고 했었는데 그때는 적절한 시기가 아니었습니다. 당시 한국에서 비트코인이나 블록체인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제가 이상하다고 생각했거든요.

▶ 미래 핵심 기술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 여러 기술이 거론되고 있는데, 왜 세계는 특히 블록체인에 주목하고 있습니까? 미래 기술로서 블록체인이 가진 잠재력은 무엇입니까?

블록체인은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술은 언급하신 모든 기술, 특히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기술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죠. 더 넓은 관점에서 보면 블록체인의 가치는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투명성과 프로세스 혁신, 자동화가 가능해진다는 것, ▲탈중앙화를 통해 신뢰 가능한 공유와 보안이 가능해진다는 것, ▲토큰화를 통해 거래가 더욱 수월해진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가치가 4차 산업의 근간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반면 대중이 주목하는 블록체인의 가치는 블록체인이 웹 3.0에 필요한 핵심 기술이라는 점입니다.

▶ 전 세계 각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 도입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됩니까?

한국은 언제나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였습니다. 블록체인 기술도 빠르게 도입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다양한 블록체인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입니다. 한국은 속도가 빠른 기술 국가입니다. 때문에 분명 많은 사람들이 자체적인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만들고, 실행할 것이며, 이는 분열과 단절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같은 개념을 발전시키거나 더 좋게는 공동의 기준이나 프레임워크를 구축하여 일관적이고, 안정적인 블록체인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국 규제당국은 '블록체인은 육성, 암호화폐는 규제'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규제 당국의 주장에 동의합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블록체인 기술은 4차 산업과 웹3.0 시대를 이끌 것이고, 이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게 될 것입니다.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의 여러 사용 사례 중 하나일 뿐입니다. 암호화폐 자체 특성 때문에 거래, 교환, 매매에 있어 규제는 필수적입니다. 예를 들어 암호화폐의 익명성은 자금세탁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때문에 고객확인제도(KYC)/자금세탁방지법(AML)의 과정이 요구됩니다.

▶ 암호화폐 열풍이 지난해 말 시작돼 올해 초 급격히 사그라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무엇이며, 비즈니스 영역의 블록체인 기술 발전과 산업에서 어떤 영향을 줄 거라 생각하십니까?

투기 및 포모 증후군(FOMO, 뒤처지는 것에 대한 불안)이 암호화폐 열풍을 일으킨 주요 요인입니다. 하지만 암호화폐 열풍이 한국 블록체인 기술에 좋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암호화폐에 초점이 맞춰지긴 했지만 미래를 이끌어 갈 기술로서 블록체인 또한 주목을 받게 됐습니다. 아무도 블록체인이나 비트코인을 몰랐던 6년 전을 생각해보면, 이제 시작이긴 하지만 정말 많이 발전했습니다.

▶ 현 시점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산업 전반으로 확장되기 위해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할 과제는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대답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질문입니다. 블록체인은 여러 프로세스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좋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우선돼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먼저 블록체인 기술을 이해하고, 기술의 유익과 가치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 사이의 분명한 구분 또한 필요합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연결되어 있지만 완전히 다른 부분입니다. 산업은 코인이 아니라 기술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게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한 준비 과정으로 신뢰 기반 공유를 필요로 하는 분야, 생략될 수 있는 프로세스, 절감할 수 있는 수수료나 비용이 무엇인지 기존의 프로세스를 면밀히 살펴야 합니다. 현재의 프로세스를 철저히 검토하는 것은 필수적인 사항입니다.

▶ 블록체인 기술 개발은 기존 산업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아니면 기존 산업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경우에 따라서 블록체인은 산업에 굉장한 혼란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러한 파급력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준비가 필요할 것입니다. 블록체인은 중개자 및 중간상인의 업무를 생략하고, 스마트 계약을 통해 업무와 프로세스를 자동화합니다. 이렇게 프로세스가 간소화되면서 특정 업무나 직업이 불필요하게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기회와 가치 또한 가져올 것입니다. 기존의 시스템이나 인력을 대체하지 않고 블록체인 기술을 통합하여 더욱 높은 가치를 내는 산업 분야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현존하는 대다수의 ICO 스타트업들이 실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닷컴버블처럼 블록체인 역시 한 때의 광풍으로 끝나게 될 위험성은 없습니까?

많은 ICO가 실패할 것입니다. 원인은 대부분 어떤 문제를 해결하거나 고객 필요를 해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금을 유치하고, 토큰을 생성하기 위해 ICO를 이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유효한 사업 모델, 사람과 산업의 유익을 위한 특정한 목표가 있는 서비스가 필요합니다. 적절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면 ICO는 투자자, 모금주체,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블록체인 기술이 기존 산업, 또는 새로운 기술과 결합돼 혁신적인 모델이 탄생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눈 여겨 보는 분야 또는 모델이 있습니까?

블록체인 기술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산업과 기대를 받는 유망 분야들이 많습니다. 당연히 전통 금융, 공급망, 운송, 정부, 에너지, 부동산 시장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저는 블록체인의 진정한 가치와 파급력은 블록체인이 주류 산업에 활용되고, 주요 어플리케이션을 가지며,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기술과 통합될 때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앱(Dapp)은 사용자에게 블록체인 기술을 경험하고, 연계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줄 것입니다. 블록체인의 주류 편입으로 혁신이 이루어질 때 기업과 산업은 그 기반을 닦으며 선두에 서야할 것입니다.

도요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