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분산원장) 기술을 은행 간 자금이체에 활용한 결과 현행 시스템에 비해 처리 속도가 느리고 장애 발생 시 복구 능력이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13일 한국은행은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 분산원장 기술을 이용해 은행 간 자금이체 모의테스트를 진행했다. 이번 모의 테스트는 은행간 자금이체 업무를 분산원장기술로 구현해 테스트해 봄으로써 분산원장 기술의 현실 적용 가능성 및 한계점을 점검하려는 취지로 진행됐다.
한은은 이번 테스트에 글로벌 블록체인 컨소시엄 R3CEV가 개발한 '코다(Corda)' 플랫폼을 활용해 테스트를 진행했다. 해당 컨소시엄에는 골드만삭스, 바클레이즈 등 글로벌 대형 은행과 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국내외 금융기관들이 참여하고 있다.
모의테스트 자료로는 지난 2014년 3월 3일에 한은 금융망 참가기관이 실제로 거래한 자금이체 데이터 9,301건을 활용했다. 평가항목으로는 효율성, 복원력, 보안성, 확장성 총 4가지를 기준으로 삼았다.
그 결과, 한은은 효율성에 있어 분산원장 기술이 기존 시스템에 못 미쳤다고 밝혔다. 9,301건 기준으로 기존 시스템에서는 처리하는데 9시간이 걸리지만 분산원장 기술로는 2시간 33분이 더 걸렸다.
아울러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했을 때도 분산원장 기술은 얼마나 복원할 수 있을지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비밀 유지를 위해 정보 공유 범위를 제한한 것이 주원인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권한이 없는 사람이 시스템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는 보안성과 시스템에 참가하는 금융기관이 늘어나도 모의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등 시스템 확장성도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다.
한은은 "이러한 결과는 분산원장기술 관련 여러 프로그램을 이용한 일본, 캐나다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모의테스트 결과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은은 "분산원장 관련 기술의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른 점을 고려해 업계의 동향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고 지급 결제 서비스에 대한 적용 가능성을 지속해서 연구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테스트에 대해 한은은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CBDC) 발행 여부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도요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