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에 쓰인 암호화폐가 몰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그동안 물리적 실체가 있는 대상에 한정됐던 몰수가 전자파일 형태의 암호화폐로까지 확대됐다는 점에서 관심이 주목된다.
수원지법 형사항소8부(하성원 부장판사)는 30일 불법 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하며 회원들에게 이용료로 비트코인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안모(33)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에서 원심을 깨고 "범죄수익으로 얻은 191 비트코인을 몰수하고, 7억여원을 추징하라"고 판결했다.
이날 오후 5시 30분, 현재 시세 기준으로 비트코인은 1258만원으로, 몰수 비트코인의 시가는 약 24억원에 달한다.
항소심 재판부는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은닉 재산을 물건에 한정하지 않고 현금, 예금, 주식, 그 밖에 재산적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재산으로 본다"며 "비트코인은 물리적 실체없이 전자화한 파일 형태이지만, 거래소를 통해 거래되고 재화와 용역을 구매할 수 있어 수익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음란물 사이트 회원 등에게 비트코인의 전자주소를 알려줘 전달받았다"며 "이런 기록은 압수된 비트코인에도 남아있어서 결국 사이트 운영으로 올린 수익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비트코인 가운데 일부는 사건과 무관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물리적 실체 없이 전자화한 파일 형태인 비트코인을 몰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검찰의 몰수 구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항소심 재판부가 원심을 뒤집으면서 범죄에 쓰인 암호화폐에 대해 몰수 결정을 내린 첫 판결이 나왔다. 이로써 향후 암호화폐 관련 범죄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다만 아직 압수한 비트코인을 어떻게 처분할지에 대해서는 결정되지 않았다.
강성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