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국내 기초자산을 담은 토큰증권을 해외에서 발행·판매하는 구조를 현행 전자증권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내 자산을 해외 기관투자자에게 토큰 형태로 유통하려는 금융투자업계의 법적 불확실성이 일부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합인포맥스는 금융위원회가 최근 국내 머니마켓펀드(MMF)를 기반으로 한 역외 토큰증권 발행·판매 구조에 대해 위법성이 없다는 취지의 법령해석을 회신했다고 보도했다. 금융위는 역외 펀드를 토큰증권 형태로 발행하는 행위가 국외에서 이뤄지고 그 효과가 국내에 미친다고 보기 어려워 전자증권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해석했다.
이번 판단은 국내 금융투자업자가 역외 기관투자자의 토큰증권 발행 계획을 알고 MMF를 판매한 경우에도 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판매는 사모 방식으로 역외 투자자에게만 이뤄져야 하고, 국내 거주자에게 다시 팔리는 길은 기술적·계약적으로 막아야 한다.
발행 주체도 국내 금융투자업자와 경제적·법률적 이해관계가 없는 독립된 역외 기관이어야 한다. 국내 금융투자업자가 형식상 해외 기관을 세워 발행을 주도하는 구조라면 같은 판단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금융위는 토큰증권이 국내 거주자에게 재판매돼 국내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거나, 발행 행위가 사실상 국내 금융투자업자의 행위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허용 범위가 무제한으로 열린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쟁점은 제도 공백기다. 분산원장 관련 규정을 담은 개정 전자증권법은 2027년 2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 전까지 국내 기초자산을 해외에서 토큰화하는 구조가 현행법상 어디에 놓이는지가 금융투자업계의 주요 검토 대상이었다.
토큰증권은 증권 성격의 권리를 블록체인 기반 토큰으로 발행·유통하는 구조다. MMF는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펀드로, 토큰화 실험에서는 현금성 자산에 가까운 기초자산으로 활용된다.
해외에서는 토큰화 MMF가 실물자산토큰화(RWA) 시장의 대표 영역으로 커지고 있다. 블랙록(BlackRock)의 토큰화 MMF 비들(BUIDL)은 운용자산이 약 29억 달러(약 4조원) 규모로 늘었고 누적 배당금은 1억 달러(약 1385억원)를 넘었다.
JP모건(JPMorgan)도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 키넥시스(Kinexys)를 통해 유럽 MMF의 토큰화 주식 클래스를 출시했다. 달러 자산을 넘어 비달러 자산의 토큰화까지 확산하는 흐름이다.
국내 운용사들도 원화 자산 토큰화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신한자산운용은 지난 14일 플룸 네트워크(Plume Network)와 원화 초단기채 관련 펀드를 활용한 개념검증에 착수했다. 본지는 앞서 신한자산운용이 국내 토큰증권 법제화에 맞춰 발행·운용 역량을 내재화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신한자산운용의 실증은 원화 초단기채펀드를 해외 기관투자자가 매수해 토큰 형태로 발행하는 구조를 전제로 한다. 역외 시장 대상 기술검증에 한정되는 만큼 국내 투자자 판매와는 성격이 다르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지난해 9월 아발란체(Avalanche)와 펀드 토큰화 협약을 맺었고, 올해 6월 온도파이낸스(Ondo Finance)와 상장지수펀드(ETF) 토큰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국내 운용업계가 해외 퍼블릭 블록체인 기업과 접점을 넓히는 배경에는 원화 자산의 해외 유통망을 미리 점검하려는 수요가 있다.
토큰증권 제도 시행을 앞두고 증권업계도 수요 검증에 나서고 있다. 본지는 앞서 교보증권이 2027년 2월 토큰증권 제도 시행을 앞두고 상품 설계보다 투자자 수요 검증을 앞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우량 기초자산을 해외로 수출할 수 있는 길이 명확해졌다"며 "향후 개방형 블록체인에서 토큰증권 유통이 본격화됐을 때 글로벌 수요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평가는 역외 투자자 대상 구조와 국내 재판매 차단 장치가 작동한다는 전제 위에 있다.
이번 법령해석은 MMF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채권·부동산 등 다른 원화 기초자산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될지는 구조와 판매 방식, 국내 투자자 접근 차단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개정 전자증권법은 2027년 2월 시행될 예정이다.

이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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