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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세 여성 들것 퇴거에 마드리드 수만명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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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 아파트 입구에 놓인 빈 들것 / TokenPost.ai

87세 여성이 수십 년간 살아온 스페인 마드리드 아파트에서 들것에 실려 퇴거당한 사건이 수만명이 참여한 주거권 시위로 번졌다. 시위대는 세입자 보호 조치와 대체 주거 없는 퇴거 금지를 요구했다.

마리아 델 카르멘 아바스칼은 23일 마드리드 레티로 지역 자택에서 퇴거당했다. 경찰과 시위대가 대치하는 가운데 아바스칼은 구급차로 옮겨졌고 이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아바스칼의 아버지는 1956년 이 주택을 처음 임차했다. 부모가 사망한 뒤 아바스칼이 임차인 지위를 이어갔지만, 건물 소유권이 2018년 바뀌면서 기존 임대 조건이 흔들렸다.

아바스칼은 주택을 매입하라는 제안을 받았지만 비용을 감당하지 못했다. 이후 주택을 매입한 부동산 투자사 우르바헤스티온은 월세를 500유로에서 2650유로로 올렸다.

월세는 이후 1650유로로 낮아졌지만 아바스칼의 연금으로는 부담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고 마드리드 임차인연합은 밝혔다. 법원은 앞서 세 차례 퇴거 시도를 막았지만 네 번째 집행은 이뤄졌다.

26일 마드리드에서는 수만명이 거리로 나와 주거권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세입자 보호 조치와 임대차 사기 방지 규정, 대체 주거를 마련하지 않은 퇴거 금지를 요구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행진을 마친 뒤 푸에르타 델 솔 광장에 모였다. 일부는 최소 하룻밤 머물겠다며 텐트를 설치했다.

아바스칼은 임차인연합이 25일 공개한 병상 영상에서 “내 집을 지키지는 못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법을 배우도록 싸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개인의 퇴거 사건이 세입자 권리 문제로 확산된 과정을 보여줬다.

이번 사건은 임대료와 주택 가격이 오르는 동안 소득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스페인의 주거난을 상징하는 사례가 됐다. 관광과 이주에 따른 도시 인구 증가가 제한된 주택 공급에 부담을 더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스페인 중앙은행은 지난해 국내 주택이 약 55만호 부족했다고 추산했다. 부족분 상당수는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발렌시아에 집중된 것으로 분석됐다.

공공 임대주택 비중도 낮다. 스페인의 공공 임대주택은 전체 공급 물량의 2% 미만으로, 유럽연합 평균인 8%에 못 미친다.

과거 공공 자금으로 지은 주택이 민간에 매각되면서 공공 주택 재고에서 빠진 점도 배경으로 지목됐다. 이에 따라 주거비 상승과 공공 임대주택 부족이 동시에 세입자 부담을 키우고 있다.

포춘은 이번 시위가 아바스칼의 퇴거에 대한 반발에서 시작됐지만, 주거 문제가 연령과 계층을 가리지 않고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으로 확산했다고 전했다.

아바스칼의 퇴거 이후에도 마드리드에서는 세입자 보호와 주택 공급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시위대가 푸에르타 델 솔 광장에 설치한 텐트는 경찰이 철거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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