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XRP) 유통량이 1년 새 5.5% 늘어난 가운데 XRP 레저(XRPL)의 2026년 상반기 수수료 수익은 전년 대비 81.6% 감소했다. 네트워크 정산 규모는 컸지만 XRP 보유자에게 돌아가는 경제적 효과는 아직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21셰어즈(21Shares)는 8월 19일 공개한 2026년 상반기 리플 분석에서 XRP 레저가 상반기 1,599억 달러(약 221조원)를 정산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수수료 수익은 643만 달러(약 89억원)에서 118만 달러(약 16억원)로 줄었다.
보고서의 핵심은 네트워크 사용량과 토큰 가치 포착이 분리돼 있다는 점이다. XRP 레저는 대규모 정산을 처리했고 스테이블코인 기반도 커졌지만, 이 활동이 XRP 자체 수요로 직접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21셰어즈는 상반기 수익 118만 달러 가운데 XRP 보유자에게 소각 방식으로 간접 귀속된 몫이 10.6%였다고 밝혔다. 거래가 늘어도 수수료가 낮고 소각 규모가 작으면 공급 희석을 상쇄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수익 감소는 일반 송금 수수료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자동화마켓메이커(AMM) 관련 수수료는 전년 대비 80.3%, NFT 로열티는 69% 줄었고 두 항목은 전체 수익의 약 89%를 차지했다.
일반 사용자가 XRP를 보낼 때 내는 전통적 거래 수수료도 26만9,600달러(약 3억7,300만원)에서 9만800달러(약 1억2,600만원)로 66.3% 감소했다. 거래 비용 자체가 낮게 설계된 네트워크에서는 정산액 증가가 곧바로 수익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XRP 레저 문서는 거래 비용이 특정 검증자나 운영자에게 지급되지 않고 XRP 소각으로 처리된다고 설명한다. 이 구조에서는 수수료 수익이 커질수록 공급 감소 효과가 생길 수 있지만, 21셰어즈가 제시한 상반기 수치에서는 소각 규모가 신규 유통량 증가를 따라가지 못했다.
공급 측면에서는 에스크로 해제와 재잠금 과정이 핵심으로 꼽혔다. 21셰어즈는 XRP 유통량이 전년 대비 5.5% 늘었고, 월평균 약 2억7,200만 XRP가 추가됐다고 밝혔다.
희석률만 놓고 보면 XRP는 일부 비교 대상보다 낮았다. 21셰어즈는 스텔라루멘(XLM)의 연간 희석률을 8.8%, 톤(TON)을 9.6%로 제시했고, 트론(TRX)은 수수료 수익으로 공급 증가를 상쇄한 사례로 분류했다.
다만 XRP는 낮은 희석률에도 수수료 기반 보전력이 약한 쪽에 놓였다. 네트워크 사용이 늘어도 수수료 소각이 충분하지 않으면 보유자 관점의 가치 포착은 별도 지표로 확인해야 한다는 의미다.
반대편에는 스테이블코인과 기관 인프라 확대 흐름이 있다. 21셰어즈는 RLUSD 총공급이 6월 30일 기준 15억6,000만 달러(약 2조1,600억원)였고, 이 가운데 52%가 XRP 레저에 있었다고 밝혔다.
리플(Ripple) 투명성 페이지는 8월 6일 기준 RLUSD 유통량을 15억8,960만 달러(약 2조2,000억원)로 공시했다. 보고서 이후에도 RLUSD 공급이 늘어난 셈이지만, XRP 레저 내 비중과 성장률은 기준 날짜를 나눠 봐야 한다.
리플은 8월 3일 ZILO와 Licuido 투자를 통해 XRP 레저에 규제된 디지털 이전 대리, 발행, 담보 이동 기능을 더한다고 발표했다. 발표문에는 RLUSD를 규제된 현금 연결 수단으로 쓰는 구조도 함께 담겼다.
기관용 토큰화 자산과 스테이블코인 결제 기반을 넓히려는 움직임은 네트워크 활용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다만 대출이나 정산이 RLUSD 또는 토큰화 국채로 표시될 수 있어, 이 흐름을 XRP 가격이나 보유자 수익으로 곧장 연결하기는 어렵다.
본지는 앞서 XRP 레저의 단기 결제량 변동은 네트워크 수요나 가격 방향으로 바로 해석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이번 21셰어즈 분석도 같은 질문을 남긴다. 네트워크는 쓰이고 있지만, XRP가 그 사용의 경제적 가치를 얼마나 흡수하는지는 수수료 수익과 소각, 유통량 변화로 따로 확인해야 한다.

이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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