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공개 블록체인의 금융 기록을 더 쉽게 추적하면서 암호화폐 프라이버시 문제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비트코인이 은행 없는 송금을 가능하게 했지만 모든 거래가 영구히 공개된다는 한계가 지적된다.
10월 7일 코인데스크 보고서 '지캐시, AI 시대 프라이버시 필요성'에 따르면 지캐시는 투명성보다 프라이버시가 차세대 디지털 화폐의 핵심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설계된 암호화폐다. 비트코인은 지갑 주소가 실명과 기본적으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누가 누구에게 얼마를 언제 보냈는지에 해당하는 결제 이력은 숨겨지지 않는다.
그동안 비트코인의 공개성은 실무상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지갑 주소를 실제 인물과 연결하려면 소환장과 거래소 기록이 필요했다. 비용이 큰 포렌식 업체의 분석도 요구됐다.
상황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AI는 지갑과 거래소 계정, 데이터 유출 자료, 소셜미디어, 거래 시점 패턴을 연결하는 복잡한 분석에 강점을 보인다. 블록체인은 과거 기록을 지우지 않기 때문에 2019년 거래도 2026년에 등장한 소프트웨어로 신원이 드러날 수 있다. AI는 암호를 해독할 필요가 없다. 공개 데이터를 사람보다 빠르고 싸게 읽으면 된다.
AI가 키운 금융 프라이버시 우려
그레이스케일 리서치는 AI가 금융 프라이버시에 대한 세 번째 공론화 흐름을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첫 번째 흐름은 금융 기록이 디지털화된 1970년대에 나타났다. 두 번째 흐름은 인터넷이 확산된 1990년대에 이어졌다.
현실 금융이 공개 블록체인으로 더 많이 옮겨갈수록 우려는 커질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과 기업 결제와 거래 활동이 대표적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급여 명세나 공급업체 목록이 경쟁사에 노출되는 상황을 원하기 어렵다.
이는 불법 행위를 숨기자는 논리와 다르다. 은행이 고객 잔액을 전 세계에 공개하지 않는 이유와 같다. 프라이버시는 감독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금융 정보를 볼 수 있는 대상을 이용자가 선택하는 문제라는 설명이다.
비트코인 구조에 프라이버시 선택권 추가
지캐시는 이 빈틈을 메우기 위해 2016년 출범했다. 비트코인 코드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2100만 개 발행 한도와 채굴 기반 보안 모델을 유지했다. 여기에 비트코인에는 없는 비공개 거래 선택 기능을 더했다.
지캐시의 보호 거래에서는 네트워크가 결제의 정당성을 확인할 수 있다. 사기나 이중 지출이 없다는 점은 검증된다. 다만 송금자와 수취인과 송금액은 공개되지 않는다.
규제기관이나 사업 파트너에게 특정 정보를 증명해야 할 때는 보기 키를 공유할 수 있다. 이 키는 돈에 대한 통제권을 넘기지 않고 필요한 정보만 열람하게 한다. 전체 보기 키는 공유 대상에게 입금 거래와 일반 출금 결제 세부 내용을 보여줄 수 있다. 공개는 네트워크가 모두에게 강제하는 기본값이 아니라 이용자가 선택적으로 허용하는 행위가 된다.
이 구상은 지캐시보다 앞서 등장했다. 비트코인 창시자인 사토시 나카모토는 2010년 온라인 게시글에서 이런 방식의 암호 기술을 언급했다. 다만 당시에는 이를 비트코인에 어떻게 적용할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보호 거래 증가와 투자 상품 출시
수치는 이 기능이 단순 보유가 아니라 실제로 사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호 거래는 최근 2년 동안 급증했다. 반면 일반 투명 거래는 정체된 흐름을 보였다.
현재 약 490만 ZEC가 보호 풀에 들어가 있다. 이는 지금까지 채굴된 전체 코인의 약 29%에 해당한다. ZEC 가격은 2025년 9월부터 2026년 9월까지 약 2300% 상승했다.
그레이스케일은 2026년 8월 NYSE에 현물 지캐시 투자 상품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한 달 조금 넘는 기간에 10억 달러에 육박하는 자산을 끌어모았다.
프라이버시는 이용자가 늘수록 강해지는 특징도 있다. 새로운 보호 거래가 추가될 때마다 공동 활동 풀이 커진다. 그만큼 특정 개인을 식별하기 어려워진다. 일반적인 기술 기능은 이용자가 늘면 트래픽이 증가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지캐시는 기존 이용자의 보호 수준도 함께 높아지는 구조다.
블록체인은 한 번 공개한 정보를 되돌리기 어렵다. 따라서 프라이버시는 처음부터 설계에 포함돼야 한다. 나중에 덧붙이기 쉽지 않다. 지캐시는 설계를 계속 개선하고 있다. 2026년 7월 공개된 아이언우드 업그레이드는 시스템의 암호 엔진 일부를 교체하고 알려진 보안 문제를 해결했다.
규제와 선택적 공개의 긴장
다만 지캐시의 프라이버시 도구는 현실적인 규제 질문을 남긴다. 쟁점은 프라이버리 자체가 불법인지가 아니다. 지캐시가 제공하는 선택적 공개 구조가 전체 거래 가시성에 익숙한 규제기관을 만족시킬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 문제는 글로벌 자금세탁방지 규정과 유럽연합의 암호화폐시장 규제인 미카가 자동 보고를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 긴장이 어떻게 해소되는지는 해당 기술이 주류 금융으로 얼마나 확장될 수 있는지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비트코인의 출발점이 모든 것을 보이게 하는 데 있었다면 지캐시의 가정은 다르다. 다음 단계의 디지털 화폐는 선택을 중심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필요할 때는 보이게 하고 필요할 때는 비공개로 둘 수 있어야 한다는 방향이다. 지캐시는 시장이 이 질문의 중요성을 두고 논쟁하는 동안 10년 동안 그 답을 향해 개발을 이어왔다.

손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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