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투자 확대가 대형 기관 포트폴리오의 집중 위험으로 떠오르면서 비트코인(BTC)이 대체 분산자산으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기관 자금이 실제로 비트코인으로 이동했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21일 뉴욕시 퇴직연금 시스템이 AI 노출이 큰 사모펀드 투자를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연금 시스템의 운용 규모는 3270억달러(약 450조원)이며, CIO는 AI 관련 위험이 여러 자산군에 동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경계했다.
AI 투자 집중에 대한 우려는 국부펀드 조사에서도 나타났다. 인베스코는 6월 29일 공개한 2026년 글로벌 국부자산운용 조사에서 국부펀드 90곳과 중앙은행 54곳 등 144개 기관의 응답을 집계했다.
인베스코 조사에서 국부펀드의 52%는 AI 관련 투자의 가장 큰 포트폴리오 위험으로 시장 집중을 꼽았다. 응답자의 77%는 AI를 장기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기술로 평가했다. AI의 성장성을 인정하면서도 특정 대형 기술기업과 인프라에 자금이 몰리는 구조를 경계한 셈이다.
AI 투자는 소프트웨어를 넘어 클라우드, 반도체,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로 확산되고 있다. 특정 기업의 실적이나 투자 계획에 문제가 생길 경우 여러 자산군이 동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골드만삭스 리서치는 4월 29일 분석에서 AI 관련 투자가 2026년 S&P500 기업의 주당순이익 성장 가운데 약 40%를 이끌 것으로 추정했다. 대형 클라우드 기업의 2026년 자본지출 전망치는 6700억달러(약 922조원)로 제시됐다.
AI 설비투자와 자금 조달이 주식시장 기대를 키우는 동시에 집중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비트코인이 대안으로 거론된 배경에는 AI 기업의 매출이나 이익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 자산이라는 점이 있다. 비트코인닷컴(Bitcoin.com)은 21일 분석에서 AI 노출이 주식·채권·사모펀드·인프라 전반으로 확대되면 비트코인이 포트폴리오의 AI 의존도를 낮추는 자산으로 검토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는 비트코인에 대한 전망성 의견이다. 비트코인과 주식의 상관관계는 시기별로 달라질 수 있으며, 주식시장 급락 때 비트코인이 반대로 움직인다는 근거도 확인되지 않았다.
기관 자금의 실제 대응도 비트코인 매수와는 달랐다. 인베스코 조사에서는 국부펀드가 집중된 상장주식에서 사모시장과 인프라로 자산을 넓히는 흐름이 나타났다.
국부펀드의 인프라 비중은 2022년 4.9%에서 2026년 9.0%로 상승했다. 조사에서 비트코인으로 자금이 이동했다는 내용은 제시되지 않았다.
AI 투자 집중 위험은 국내 투자자에게도 주식과 가상자산의 동조화 가능성을 점검하게 하는 요인이다. 국내 시장에서도 AI 관련 주식과 반도체·데이터센터 테마가 함께 움직일 수 있지만, 비트코인이 이를 자동으로 상쇄한다고 볼 근거는 없다.
비트코인은 주식처럼 기업의 이익이나 배당을 기반으로 가격이 형성되는 자산이 아니다. 그러나 위험자산 선호가 약해지는 국면에서는 주식과 함께 매도될 수 있어, 자산 구조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안정적인 분산 효과를 확정할 수 없다.
결국 AI 투자 위험이 커진다는 사실과 비트코인 가격 상승은 별개의 문제다. 비트코인이 기관 포트폴리오의 대체 분산자산으로 자리 잡으려면 실제 자금 유입과 주식과의 상관관계 변화가 함께 확인돼야 한다.

서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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