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로봇 경쟁의 무게중심이 기술 시연에서 양산과 공장 배치로 이동하고 있다. 샤오펑(XPENG)은 로보틱스 사업에 9억 달러(약 1조2402억원) 이상을 유치했고, 현대차그룹은 2028년부터 미국 공장에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를 투입하겠다는 일정을 제시했다.
샤오펑은 8월 24일 발표에서 로보틱스 사업이 복수 투자자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투자 후 기업가치는 63억 달러(약 8조6814억원)를 넘었고, 투자 라운드는 IDG캐피털(IDG Capital)이 주도했으며 가오룽벤처스(Gaorong Ventures)가 참여했다. 텐센트(Tencent)와 알리바바(Alibaba)는 전략적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조달은 샤오펑 로봇 사업의 자금 규모와 참여 주체를 다시 확인한 사례다. 샤오펑은 자금을 휴머노이드 대량생산, 피지컬 AI 모델 연구개발 반복, 글로벌 상용화 확대에 쓰겠다고 밝혔다.
샤오펑은 차세대 휴머노이드 아이언(IRON)에 전기차 연구개발과 제조 인프라에서 쌓은 자동차급 품질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생산과 인도 역량을 로봇 사업에 이식하겠다는 구상이다.
피지컬 AI는 로봇이 실제 공간에서 센서로 환경을 인식하고, 상황에 맞춰 움직임을 학습·최적화하는 기술을 뜻한다. 언어 모델이 디지털 데이터 안에서 작동하는 것과 달리 로봇 AI는 공장, 창고, 이동 경로, 사람과의 거리 같은 물리 환경에서 데이터를 쌓아야 한다.
현대차그룹의 접근은 생산 현장에 더 직접 닿아 있다. 현대차는 2026 CEO 인베스터 데이 자료에서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산업용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호세 무뇨스(Jose Munoz) 현대차 사장 겸 최고경영자는 같은 자료에서 로봇 판매를 위한 딜러 파트너 활용 가능성과 현대캐피탈의 로봇 판매 금융 검토를 언급했다. 개발, 생산, 유통, 판매, 금융을 한 체계로 묶는 사업 모델을 검토한다는 의미다.
현대차그룹은 CES 2026 자료에서 로봇 메타플랜트 애플리케이션 센터(RMAC)를 미국에 열고 연말까지 규모를 10배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시설은 실제 운영 환경을 모사해 제조 AI 로봇을 훈련하고 데이터를 수집하며, 생산라인 투입 전 시험과 검증을 맡는다.
같은 자료에는 2028년까지 연 3만대 로봇 생산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도 담겼다. 아틀라스는 2028년부터 순서화 작업에 투입되고, 2030년에는 부품 조립까지 확장하는 구상으로 제시됐다.
BMW와 도요타(Toyota)의 사례도 완성차 공장이 로봇의 시험장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BMW는 미국 스파르탄버그 공장에서 Figure 02가 10개월 동안 BMW X3 3만대 이상 생산을 지원했고, 부품 9만개 이상을 옮겼으며, 약 1250시간을 운영했다고 밝혔다.
도요타는 3월 31일 공개한 인터뷰에서 생산 현장을 포함한 여러 장소에서 사람과 함께 일하는 로봇을 목표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정밀 반복성, 장시간 신뢰성, 데이터 인프라가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핵심은 로봇이 한 번 동작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넘어 같은 작업을 얼마나 오래 반복해 버틸 수 있는지로 평가 기준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공장에서는 이동, 집기, 정렬, 부품 이송 같은 작업이 수천 번 반복된다.
이 과정에서 정밀도, 신뢰성, 안전성, 유지보수성이 함께 검증된다. 자동차 업체가 가진 공급망 관리, 부품 표준화, 품질관리, 공정 데이터가 로봇 양산의 기반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국내 산업과도 연결점이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업종별 특화 휴머노이드 양산 체계를 갖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고, 자동차 부품기업의 로봇 부품 전환 지원도 포함했다. 액추에이터, 센서, 로봇손, 배터리 같은 부품 경쟁력이 산업용 휴머노이드 상용화의 병목으로 꼽힌다.
다만 이 흐름이 완성차 업체의 우위를 곧바로 뜻하지는 않는다. 샤오펑의 아이언 양산 일정, 현대차그룹의 아틀라스 배치와 연 3만대 생산 체계는 모두 향후 목표다. BMW의 수치도 단일 공장 파일럿 성과인 만큼 제조 현장 밖의 수요 확장은 별도 검증이 필요하다.
샤오펑은 로보틱스 자금을 대량생산과 글로벌 상용화 확대에 투입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 HMGMA 아틀라스 배치와 연 3만대 생산 체계 구축을 다음 일정으로 제시했다.

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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