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로의 변화에 맞춰 발행될 디지털 화폐에 신뢰를 제공하기 위해선 여전히 각 나라의 중앙은행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2022년 1월 18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괴테 대학에서 진행된 법률 및 금융 연구소(The Institute for Law and Finance, ILF) 컨퍼런스에 참석한 아구스틴 카르스텐스(Agustin Carstens)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은 “돈의 핵심은 신뢰이다. 빅테크나 익명의 원장에 속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ILF 콘퍼런스에서 ‘데이터, 디지털화, 새로운 금융 및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 은행 및 화폐의 미래’에 대한 연설을 진행한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중앙은행은 화폐에 신뢰를 제공할 수 있는 핵심 기관이며 이를 대체하려는 요소들은 좋지 않게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달러와 동등한 가치를 지니게 하는 스테이블코인이나 중개자 없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탈중앙화금융(DeFi, 디파이)은 흥미로운 디지털 혁신이지만 적당한 감독이 없으면 잠재적으로 화폐의 체계를 분열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개인 자금에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주장에 근거에 대해서는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결제하는 것은 당장은 편리할 수 있지만 이러한 결제는 결국 화폐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한 운전대를 이윤 추구가 최우선인 민간 기업에 넘기는 꼴이 될 수 있다”라며 “이런 상황이 된다면 화폐에 대한 신뢰가 약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BIS에서 발표한 디파이 관련 보고서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해당 보고서는 “디파이의 핵심 가치인 탈중앙화는 환상에 불과하며 블록체인 합의 매커니즘은 권력을 집중시키는 경향이 있어 결국 소수의 이해관계자가 큰 결정을 내리기 쉽다”고 주장했다.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보고서 내용에 덧붙여 “디파이는 기존 금융 서비스와 동일한 취약점에 노출돼 있다”라며 “이런 취약점은 광범위한 시스템 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높은 레버리지, 유동성 불일치 및 금융 시스템과의 연결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돈의 미래에 대한 세 가지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몇몇 대기업들이 대중들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사용자와 기관들의 역할을 ‘블록체인과 알고리즘’으로 대체해 분산시스템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현존하는 대기업이나 신규 기업들이 중앙은행의 인프라를 기반으로 상호 호환이 가능한 개방형 시장에서 경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이렇게 된다면 사용자들은 국경에 관계없이 서로 다른 플랫폼을 사용하더라도 서로 교환하는 등 상호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다만 마지막 가능성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각국의 중앙은행 등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