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현지시간)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gan) 터키 대통령은 미국과의 경제 전쟁을 선포하고 자국민에게 보유 중인 달러와 금을 리라로 환전하도록 당부했다.
최근 미국 정부가 터키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서 리라화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이에 불안감이 높아지며 리라화 가치는 장내 달러 대비 23%까지 폭락하면서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2014년 12월 1리라에 503.96원에 거래되던 리라의 가치는 속절없이 추락해, 13일 161.60원에 거래되고 있다. 공포에 휩싸인 투자자들은 리라 매도에 나서며 리라화 폭락에 박차를 가했다.
미국과 외교 갈등을 빚어온 터키의 리라화 가치가 연일 사상최저치를 경신한 가운데 현지 암호화폐 거래소 거래량이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지난 10일(현지시간) 파리부를 비롯한 터키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 세 곳의 거래량이 100% 이상씩 늘어났다.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자 터키인들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에 투자를 늘렸다. 특히 터키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BTC투르크의 거래대금은 일시적으로 전일 대비 130% 이상 증가했다. 이는 터키 통화위기 우려가 야기한 상황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는 올해 터키 국가 통화인 리라의 평가절하에 대해 발표하면서 리라가 비트코인보다 변동성이 더 심하다고 전했다.
국회에서 자본을 통제하는 법안을 만들었기 때문에 터키에서 암호화폐의 지위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이슬람교와 양립할 수 없다는 터키의 공식 입장에도 불구하고 포브스는 이번 주 현지 거래소들이 계속 은행 업무 지원을 받을 것이라 전했다.
자국 화폐의 약세에 대응하기 위해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양상은 터키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달 이란 통화 리알화가 달러 대비 최저가를 경신하면서 이란 내 비트코인 거래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란에서는 국가 주도의 암호화폐를 발행하자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터키는 저금리 기조와 건설 붐으로 달러나 유로로 대출을 받아 자국에 투자했다. 이미 터키의 외채 비율은 외화보유액 대비 200%다. 리라화의 급격한 가치 하락으로 외채 비율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터키의 경제 상황이 안정되지 않는 이상, 당분간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동언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