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고위 인사들이 최근 미국 국채 금리 급등에 따른 금융 여건 긴축이 금리 인상 효과를 대신할 수 있다는 발언을 내놨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은 9일 미국 댈러스에서 열린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연설에서 "향후 정책 방향을 평가할 때 국채 수익률 상승에 따른 금융 여건 긴축 상황을 염두에 둘 것"이라고 발언했다.
연준 부의장은 "물가상승률은 아직 높지만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이 경제를 억제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준 인사들은 긴축 주기의 막바지 단계에서 통화 정책에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까지도 물가상승률을 2%로 되돌리기 위해 연내 한 차례 추가 금리 인상과 내년 더 적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하며 '더 높게, 더 오래' 금리를 유지하겠다는 매파적인 기조를 견지했었다.
하지만 최근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고 금융 여건이 긴축되면서 여러 인사들이 매파적인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주 7일 4.8%까지 치솟았다. 지난 9월 20일 FOMC 이후 40bp 증가한 수준이다. 이후 연준 인사들의 비둘기파적 발언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에 따른 안전 자산 수요 증가 속에 3월 이후 최고 낙폭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같은 행사에서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 역시 "채권 시장에서 리스크 프리미엄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는 연준을 대신해 미국 경제를 냉각시키는 작업 일부를 해줄 수 있으며 추가적인 통화 긴축 정책 필요성을 줄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일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도 지난 90일간 상당히 긴축적이었던 금융 여건이 계속 경색된다면 더 이상 금리를 인상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옐레나 슐랴티예바 BNP 파리바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이 갑작스럽게 연준을 위한 온갖 어려운 일(긴축)을 해주고 있다"면서 "강경 매파를 포함해 대다수의 정책입안자들이 더 신중한 대응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루 크랜달 라이트슨 ICAP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물가 개선은 연준이 인내할 수 있는 이유이며, 국채 수익률 상승은 연준이 인내심을 가져야만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채권 전반에 걸치 광범위한 차입비용 증가는 통화정책 영향을 증폭시켜 취약성과 금융안정 측면에서 비선형적 대응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11월 1일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87.5%로 보고 있다. 지난 7일 비농업 부문 고용이 예상치를 두 배 가까이 상회하면서 일시적으로 연내 금리 인상 확률이 50% 이상으로 올라갔지만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다시 내려갔다. 현재 시장은 11월뿐 아니라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6월까지 금리 동결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