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업계가 진정한 대중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기술적 복잡성을 줄이고 사용자 경험을 혁신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오버클락 랩스(Overclock Labs)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청 왕(Cheng Wang)은 최근 기고문에서 "암호화폐가 금융 포용성과 탈중앙화를 강조하면서도, 결국에는 기술적 장벽으로 인해 소수의 전문 투자자와 기관이 시장을 주도하는 모순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디파이(DeFi) 프로토콜을 포함한 블록체인 기반 금융 서비스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지만,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복잡한 인터페이스와 기술적 요구사항 때문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의 '접근성 위기'는 실제 데이터로도 확인된다. A16Z 크립토 보고서에 따르면, 암호화폐 인식이 확산하는 것에 비해 실질적인 활성 지갑 주소 수는 여전히 전체 잠재 시장의 일부에 불과하다. 특히, 암호화폐 커뮤니티 내에서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들을 '노미(Normie, 비전문가)'라며 배척하는 문화가 형성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전, 복잡한 금융 상품이 시장의 취약성을 감춘 것과 유사한 구조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왕 CFO는 "인터넷이 IP 주소 대신 도메인 네임 시스템(DNS)을 도입해 대중화를 이끌었듯이, 암호화폐 업계 또한 사용자들이 복잡한 지갑 주소나 스마트 컨트랙트 구조를 이해하지 않고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 금융 서비스들이 이러한 원칙을 적용해 성공한 사례로 벤모(Venmo)와 페이팔(PayPal)을 들며, "사용자는 송금할 때 SWIFT 네트워크를 이해할 필요가 없으며, 넷플릭스(Netflix)도 스트리밍 기술을 숨겨두고 직관적인 이용 경험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현재의 디파이 서비스는 여전히 초기 명령어 기반 인터페이스와 유사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부 주요 디파이 프로토콜에서는 가스비 없는 거래, 사람이 읽을 수 있는 주소, 간소화된 온보딩 등의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구조 개선보다는 단기적인 해결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왕 CFO는 "기술적 복잡성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백엔드에서 처리하고 사용자는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통해 서비스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암호화폐가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기술적 진입 장벽을 없애고 금융 서비스와 원활하게 연계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그는 "모든 프로젝트는 '내 할아버지도 사용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야 한다"면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것보다 기존 기술을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왕 CFO는 또 "암호화폐 업계가 규제 명확성을 요구하는 것과 같은 열정으로 사용자 경험 개선에도 힘써야 한다"며, "진정한 대중화는 복잡성을 얼마나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가가 아니라, 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숨길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