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투자자이자 페이팔 마피아 멤버인 데이비드 삭스(David Sacks)를 미국의 인공지능과 암호화폐 정책을 이끌 총괄 책임자로 전격 발탁했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크래프트 벤처스(Craft Ventures) 설립자이자 페이팔 마피아로 불리는 데이비드 삭스를 인공지능(AI)과 암호화폐 정책을 총괄할 책임자로 임명했다. 삭스는 AI나 암호화폐 분야에서 폭넓은 투자 이력을 보유하진 않았지만, 정부 규제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케이스 라보이스는 마이애미의 한 개인 주택에서 열린 축하 자리에서 "삭스가 미국이 혁신의 최전선에 설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중국에 뒤처지는 것을 막고, 신생 기술을 좌파의 검열과 편향으로부터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주요 기부자인 삭스의 임명은 실리콘밸리에서 크게 예상하지 못했던 인사다. 그는 소수의 암호화폐 투자만을 진행했고, 업계의 핵심 인물로 여겨지지 않았다. AI 분야 투자도 많지 않았으나, 올해 100억 달러 이상을 조달한 일론 머스크의 스타트업 엑스AI(xAI)의 투자자다.
그러나 삭스는 오랫동안 민간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개입을 비판해왔다. 52세의 크래프트 벤처스 설립자이자 페이팔 마피아 멤버인 그는 수년간 업계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우파 인사 중 한 명이었다.
이번 인선은 정부의 개입을 실존적 위협으로 보는 스타트업 업계에 호재로 평가된다. 미국의 암호화폐 기업 제재로 많은 스타트업이 해외로 이전했다. AI 업계 리더들은 과도한 규제가 안전이라는 명목 하에 신생 산업을 질식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해왔다.
암호화폐 업계는 트럼프가 스타트업에 규제 명확성을 제공할 것이라며 이번 인선을 환영했다. 멀티코인 캐피탈의 카일 사마니는 "암호화폐와 AI는 현재 미국의 가장 시급한 전략적 우선순위 중 하나이며, 데이비드 삭스는 이 중요한 역할을 이끌 수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인물"이라며 "국가의 미래를 형성하는 데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암호화폐와 AI 모두에 우호적인 접근을 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의 당선 이후 비트코인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바이든 대통령의 2023년 AI 행정명령 철회를 약속했다. AI는 트럼프의 주요 동맹이자 삭스의 오랜 친구인 머스크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안드레센 호로위츠의 마크 안드레센은 삭스의 선택을 열렬히 환영했다. 그는 스페이스X의 최근 성과를 언급하며 "라이트 형제에서 스타십까지, 단 한 번의 선거로 이루었다"고 X에 글을 올렸다.
오픈AI의 최고경영자 샘 올트만도 X에 "차르 데이비드 삭스 축하한다!"라는 축하 메시지를 남겼다.
하지만 AI 업계에서는 삭스의 충성도에 대한 우려도 있다. 삭스의 크래프트 벤처스는 머스크의 엑스AI 투자자이며, 머스크와의 유대 관계로 인해 치열한 경쟁 산업에서 라이벌 기업들을 어떻게 대할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삭스는 이전에 엑스AI의 주요 경쟁사인 오픈AI를 비판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X에서 현재는 삭제된 게시물에서 삭스는 "기술 발전을 가속화하는 것에 찬성하지만, 오픈AI가 AGI 창출을 명시적 사명으로 선언하는 방식에는 불안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AGI는 대부분의 작업을 인간보다 잘 수행할 수 있는 AI 기술을 의미한다.
삭스와 트럼프 동맹은 해당 산업에 대한 관여가 이해의 전제 조건이며, 이해상충에 대한 일부 인식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한다. 엑스AI와 오픈AI 모두를 후원한 명문 시퀘이아 캐피탈의 투자자 숀 맥과이어는 "사람들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삭스가 "경쟁사에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삭스의 다른 투자는 암호화폐 분야의 비트고와 비트와이즈를 포함한다. AI 분야에서는 기업용 채팅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글루를 공동 설립했고, 개발자 스타트업 레플릿과 AI 작문 도구 카피AI에 투자했다. 대변인에 따르면 삭스는 크래프트를 떠나지 않을 예정이며, 새로운 차르 직책은 전임 정부 직책이 아닌 자문 역할로 기능할 예정이다. 임명에 따라 삭스가 자산을 매각하거나 공개할 필요는 없다. 머스크처럼 삭스도 특별 정부 직원이 된다. 그는 보수 지급 여부와 관계없이 연간 최대 130일간 근무할 수 있다.
그러나 이해상충 규정은 특별 정부 직원에게도 적용되며, 삭스는 자신의 보유 자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에서 제외돼야 한다.
실리콘밸리 역사학자 마가렛 오마라는 기술 관료들이 정부 자문 역할을 맡은 긴 역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역할이 항상 명확한 권한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오마라는 삭스가 백악관 직원이 아닐 것이라고 지적하며 "직함은 있을 수 있지만, 실제 예산이나 보고라인이 없다면 더 모호한 것"이라며 "때로는 실제 권력을 가진 무언가로 발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암호화폐와 AI 차르 직책이 분리되길 선호했다. 이는 각 기술의 중요성을 알리고, 두 기술의 서로 다른 위험과 보상을 반영할 수 있었을 것이다. 듀크대학교 금융학 교수 캠벨 하비는 "새 행정부의 암호화폐 친화적 초점에 매우 고무됐지만, 암호화폐와 AI 차르를 따로 두는 것을 선호했을 것"이라며 "둘 다 긴급하고 전담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삭스는 AI나 암호화폐에만 집중하기보다 더 폭넓은 경력을 쌓아왔다. 그는 1990년대 후반 머스크와 억만장자 투자자 피터 틸이 포함된 창업자들이 설립한 결제 회사 페이팔에서 처음 이름을 알렸다. 할리우드에서는 2005년 풍자 영화 '땡큐 포 스모킹'을 제작했다. 스페이스X를 포함한 머스크 소유 기업들에 투자한 크래프트에서는 올인 팟캐스트의 진행자로도 활동했다.
팟캐스트에서 그의 암호화폐 관련 발언이 모두 긍정적이진 않았지만, 업계 참여자들을 처벌하거나 통제하려는 시도는 만류했다. 그는 2021년 팟캐스트 에피소드에서 "수많은 뛰어난 젊은 기업가들과 컴퓨터 과학자들이 암호화폐로 미래의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우리가 이를 망가뜨릴 정도로 간섭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암호화폐로 상당한 수익도 올렸다. 크래프트 벤처스는 2018년 사마니의 멀티코인 캐피탈에 투자했고, 이는 솔라나 암호화폐의 초기 투자자였다. 2020년 출시 당시 1달러 미만이었던 토큰은 2021년 말 약 250달러의 최고가를 기록했다. 당시 삭스는 "우리에게 수익 측면에서 약 10억 달러의 솔라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트럼프 당선 이후 11월 팟캐스트 에피소드에서 게리 겐슬러 위원장 하의 증권거래위원회가 암호화폐에 취한 공격적 입장을 겨냥했다. 삭스는 "겐슬러가 암호화폐 기업들을 공포에 몰아넣던 시대가 곧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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