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유로' 국가 통제·은행 역할 등에 우려 제기

지난해 12월 유럽중앙은행(ECB)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인 디지털유로 프로젝트 관련 보고서를 통해 내년 하반기 디지털유로 설계를 마무리 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유럽연합(EU) 의회의 다수 의원들이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 의회 내 다수의 의원들이 19일(현지시간) 진행된 회의에서 CBDC 발행과 관련해 프라이버시, 국가 통제, 은행의 역할에 대해 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르쿠스 퍼버 의원은 "아직 분명하게 답변되지 않은 아주 중요한 질문이 있다. 디지털 유로의 부가가치가 무엇인가이다. 디지털 유로로 무엇을 할 수 있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질문에 대한 분명한 답을 내리지 않는 한 CBDC 프로젝트에 대한 끝없는 회의론이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루크 오로라 의원 역시 "왜, 어떤 목표를 위해 CBDC를 발행하는지 확실히 해야 한다. 이것이 유행이기 때문에 트렌드에 편승하려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유럽중앙은행이 디지털유로 프로젝트 관련 보고서를 발표하고 "내년 하반기 디지털유로 설계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보고서에 의하면, 내년 가을 디지털유로 연구 단계를 결과를 검토한 뒤, 프로젝트 실현 단계 진행 여부를 결정한다. 또 모든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유럽에서 2026년 안에 디지털유로가 상용화될 전망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지난해 9월 유럽중앙은행은 디지털유로 프로토타입 개발을 위해 유럽 핀테크 기업 넥시(Nexi)와 협업을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유럽중앙은행 행보에 업계와 시장은 그리고 유럽의회 일부는 한 목소리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1월 파비오 파네타 유럽중앙은행 집행위원회 위원가 디지털 유로는 프로그래밍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 유로는 결코 프로그래밍 가능한 것이 아니다. 디지털 유로는 비트코인 등이 기반으로 하는 탈중앙화 기술로는 구동되지 않을 수 있다."라며 "블록체인 기술이 이처럼 거대한 시스템을 운영하기엔 충분한 힘을 갖고 있지 않을 수 있다고 다수의 전문가가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이러한 부분에 대해 여전히 논의하고 있다. 중앙은행은 바우처가 아닌 돈을 발행한다"고 지적했다.

독일도 이러한 지적에 같은 입장을 표했다.

독일 협동조합연합회(BVR)에 따르면, 최근 진행한 서베이에서 디지털유로 도입이 독일 은행업에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모든 사람이 3000 유로(한화 약 437만원)씩 디지털유로로 전환할 경우 714개 금융기관 중 56곳만이 법적으로 요구되는 유동성을 충족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만약 500 유로(한화 약 72만원)씩 전환한다면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관은 18곳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독일 협동조합연합회는 "은행업에 대한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디지털유로 전환 한도를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유로존 재무장관들로 구성된 유로그룹의 사무국은 이와는 대조적인 입장을 취했다.

지난달 유로그룹 사무국은 월례회의를 앞두고 작성한 문서에 따르면, CBDC가 법정화폐로 간주될 경우 유로존 상인들은 이를 받아들일 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

해당 문서는 "이는 디지털유로에 대한 네트워크 효과를 발생시키고 유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유럽 중앙은행은 가을에 디지털 형식으로 통화를 발행할지 여부를 공식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며, 관계자들은 잠재적 사용처와 같은 기술적 세부사항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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