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기업들이 생성형 AI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신용평가 기관인 익스페리안(Experian)은 이미 수년 전부터 체계적인 AI 프레임워크를 구축해왔다. 익스페리안은 단순한 기술 실험에 그치지 않고, AI를 자사의 핵심 운영에 통합함으로써 미국 내 약 2,600만 명의 금융 소외 계층에게 실질적인 금융 접근성을 제공하는 데 성공했다.
익스페리안의 AI 전략은 단순한 내재화 수준을 넘어선다. 이 기업은 이미 20여 년 전부터 머신러닝과 데이터 기반 신용 평가 기법을 자체 개발하며 경쟁사들의 일회성 프로젝트와는 구별되는 궤적을 걸어왔다. 특히 생성형 AI가 대두되기 전부터 트랜스포머 기반 언어모델을 실험하며 기술적 토대를 다졌고, 이후 ChatGPT 등장과 함께 시장의 급변에도 민첩한 대처가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우린 이전부터 AI를 활용해왔고, 생성형 AI는 이미 준비된 기반 위에서 가속 페달을 밟는 수준이었다”고 익스페리안의 AI 총괄 수석 부사장 스리 산사남(Shri Santhanam)은 밝혔다. 회사는 기존 고객 상품의 개선은 물론 데이터 처리, 플랫폼 인프라 구축, 사내 AI 교육 체계 확립 등 네 가지 전략 축을 중심으로 기술 도입에 접근했다.
익스페리안의 플랫폼 아키텍처는 유연성과 보안성을 모두 확보하면서도 확장성을 중시한다. 오픈AI 기반 API, 앤트로픽의 클로드(Claude) 등 다양한 언어모델을 적용 가능한 구조로 설계되어 있으며, 초기부터 보안 전문 기업 다이너모 AI와 협력해 침투 테스트 및 정책 통제를 병행했다. 또한 최고 경영진이 직접 참여하는 글로벌 AI 리스크위원회를 두며 거버넌스 체계까지 갖췄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이 AI 프레임워크가 단지 기술적 진보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가치 창출로 직결됐다는 부분이다. 전통적 금융 정보가 부족해 신용 등급이 산정되지 못했던 ‘신용 비가시인’ 계층을 위해 비전통적 데이터를 활용하는 대체 데이터 모델, 설명 가능한 AI, 추세 기반 데이터 분석, 세분화된 모델 설계 등을 통해 이들의 금융 포용을 실현한 것이다. 그 결과, 기존에 거절됐던 신청자의 절반 이상이 신규 승인 대상으로 전환되고도 금융 리스크는 오히려 악화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 리더들이 주목할 점은 익스페리안이 보여준 실행 전략이다. 단일 모델이나 특정 공급자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API와 모델을 조합해 유연한 아키텍처를 구성하며, 보안·규제·기술 부서 간 협업 구조를 조기부터 수립했다. 또한 단순한 챗봇 수준의 자동화를 넘어, 다중 에이전트 기반 시스템 설계를 통해 복합 추론과 판단이 요구되는 금융 영역에 실제 가동되는 AI 시스템을 구축했다.
익스페리안의 사례는 전통 산업에서도 신중하면서도 구조적인 접근을 통해 AI 중심 기업으로 전환이 가능함을 실제로 증명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제한적 실험을 넘어서 대규모 실전에 나서고자 하는 기업들에게, 이들의 AI 전략은 분명 참고할 만한 ‘청사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