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뉴스를 읽는데 '투자'하고 계신가요?"
이종혁 공공소통연구소장(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은 2021년 5월 17일 토큰포스트와 만난 자리에서 "뉴스는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투자하는 행위"라며 "제한된 시간을 투자하는 독자들에게 언론은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현재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대형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독점화된 뉴스 소비 구조와 이로 인한 언론사의 수익 구조 악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각 언론사와 뉴스 소비자들의 관계가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언론사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뉴스를 읽는 독자들에게 보상을 제공함으로써 끊어진 언론사와 독자의 관계가 다시 구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요컨대 언론사도 독자적이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독자들과 직접 소통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언론사와 뉴스 소비자가 소통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2021년 5월 12일 공공소통연구소는 테크 미디어 기업 퍼블리시와 '뉴스 소비와 미디어 문화 혁신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해당 협약을 통해 공공소통연구소와 퍼블리시는 미디어 스타트업의 신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언론 생태계 재구축을 목표로 하는 '뉴스 소비 문화' 캠페인을 전개해나갈 예정이다.
토큰포스트는 이종혁 공공소통연구소장으로부터 유례없는 포털 사이트 중심의 국내 언론 생태계에서 차별화된 소비자 보상이 미디어 소비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에 대한 내용을 들어봤다.
공공소통연구소를 이끄는 이종혁 소장은 전략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1994년부터 현재까지 기업 및 정부기관 대상 250여건의 공공소통, 정책홍보, 위기 및 평판관리, 기업-브랜드 이미지 제고, 마케팅 홍보 관련 연구 및 컨설팅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2012년부터는 ‘공공소통연구소’를 설립해 지속가능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공공문제 해결을 목표로 라우드(LOUD)라는 공공소통프로젝트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광운대학교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이종혁입니다. 우리 주변의 공공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캠페인을 전개하는 공공소통연구소의 소장도 맡고 있습니다.
Q. 공공소통연구소는 어떤 단체인가요?
공공소통연구소는 미디어 분야의 공공의제를 포함해 최근 화두가 되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 등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환경·안전·인권·보건 등 수많은 공공 의제·문제들을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연구 컨설팅 조직입니다. 우리가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면서 가장 가시적인 활동인 캠페인을 통해 긍정적·사회적인 가치를 창출해 진정한 의미의 사회 변화를 추구하는 ‘소셜 임팩트’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Q. 최근에 퍼블리시와 공공소통연구소가 ‘뉴스 소비 문화 개선 캠페인’에 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습니다. 뉴스 소비 문화를 개선한다는 게 어떤 내용입니까? 개선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크게 두 가지 관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첫째, 뉴스를 읽는 행위를 ‘시간을 투자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대중교통 안에서, 식사를 하면서, 도로를 걸으면서 많은 시간 뉴스를 소비합니다. 그런데 과연 몇 명이나 자신이 뉴스를 소비하고 있다고 생각할까요? ‘뉴스를 소비한다’는 개념으로 보면 독자는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셈입니다. ‘하루에 몇 시간 뉴스 콘텐츠를 소비했으며 그 결과로 얻은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하죠.
뉴스를 보고 읽고 공유하는 일련의 활동들은 시간을 투자하는 만큼 적절한 보상이 주어지는 가치 있는 행위여야 합니다. 현재 뉴스 소비가 이뤄지는 환경에서는 소비자가 양질의 지식을 얻고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독자 스스로가 뉴스 소비에서 능동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보상과 같은 동기부여가 필요합니다.
여기서 보상은 단순히 뉴스를 보는 것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생산적인 활동을 가능하게 해줄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입니다. 기사를 읽고 댓글을 달고 공유하는 등의 활동을 구체적인 실체가 있는 ‘토큰’으로 보상하면 그것은 디지털 자산화됩니다. 즉, 내가 시간을 투자하는 만큼 나에게 가치 체계가 쌓여가는 겁니다. 이러한 부분이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언론 생태계 내에서는 매우 중요합니다.
두 번째는 뉴스 소비가 이뤄지고 있는 환경에 대한 개선입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뉴스 소비는 포털 사이트를 통해 이뤄집니다. 대중은 포털에 있는 언론사들을 다 같은 통합된 언론으로 인식하기 쉽습니다. 거기에 A 신문사가 있든 B 신문사가 있든 C 방송사가 있든 간에 그들이 나에게 주는 직접적인 보상이 없고, 언론사와 내가 아무런 관계가 없기 때문에 포털이 제공해주는 뉴스를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결국 뉴스 소비를 대부분 포털 사이트에 의존하다 보니 개별 언론사의 경쟁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중요한 건 '독자들의 개별 언론사 사이트 방문을 어떻게 활성화시킬 것인가’입니다. 종합시장 형태의 포털 뉴스에서 뉴스를 소비하는 것보다 독자 자신이 신뢰할 수 있는 개별 뉴스 사이트 이용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그게 뉴스 소비 문화 개선입니다. 이건 독자뿐만 아니라 언론사들의 자체적인 인식 전환이 있어야 합니다. '언론사의 브랜드화'라는 부분과 맞물려 갈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이런 점에서 퍼블리시의 블록체인 기반 콘텐츠 관리 시스템, 독자 보상 체계 등이 뉴스 소비 문화를 개선하고 언론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봤고요. 퍼블리시와 함께 의미있는 뉴스 소비 문화 개선 캠페인을 진행해나가려고 합니다.
Q. 현재 대부분의 뉴스 콘텐츠가 대형 포털 사이트를 통해 소비되고 있습니다. 이면에는 포털 사이트를 통해 다양한 언론사의 뉴스를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편리함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부분이 쉽게 변화될 수 있을까요?
포털을 중심으로 한 논의는 언론사들의 수익 구조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쉽게 변하지 않을 겁니다. 또한 포털사이트는 대중성을 확보하는 굉장히 중요한 통로예요. 대중을 확보하는 데 있어서 나름의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 구조를 깨는 건 어렵다고 봅니다. 그래서 포털에 없는 개별 언론사만의 보상 체계나 뉴스 소비자들과의 관계를 모색할 수 있는 독창적인 시도들이 필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범용적인 공유가 가능한 블록체인 기반의 보상 체계가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토큰포스트 주요 기사를 뉴스레터를 통해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Q. 최근 일각에서는 정부가 국민에게 일정 금액의 미디어 바우처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언론사를 후원하게 하는 제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언론사 수익 모델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십니까?
미디어 바우처와 같은 제도를 '관'이 주도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가 국민한테 미디어 바우처를 제공하고 이를 언론사에 후원하는 제도는 궁극적으로 한계가 있어요. 어떤 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후원이 아니라 그들 자체가 새로운 자본을 창출해낼 수 있는 수익원이 있어야 합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계속해서 만들어내야죠.
언론 자체가 공익적인 기재이기 때문에 ‘늘 어딘가로부터 지원을 받아 생존해야 된다’는 생각을 갖기 쉬운데 이러한 생각을 버려야 됩니다. 미디어 바우처도 결국 지원·후원 제도입니다. 이건 지속 가능하지 않아요. 현재 언론사들은 돈을 벌고 생존하기 위해서 포털에 치열하게 기사를 올리고 있습니다. 포털사이트가 원하는 형태의 양을 채우기 위해 기사를 쏟아내다 보니 많은 부작용들이 일어납니다.
개별 언론사가 능동적인 차원에서 수익 모델을 개선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앞장서야 합니다. 미디어 바우처 제도는 그야말로 정부가 주도하는 후원제도이기 때문에 개별 언론이 만들어가는 비즈니스 모델은 아닌 거죠. 완전히 결이 다른 겁니다. 저는 기존 광고 수익 모델로부터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언론사의 수익 모델을 개선하려면 사고의 대전환이 일어나야 한다고 봅니다. 포털에 의존하지 않고 개별 언론사에 적합하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들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언론사도 미디어 기술과 환경을 고려한다면 일종의 '스타트업'이죠. 다양한 시도를 하는 스타트업이 돼야 합니다. 지금 언론들은 광고 이외에는 수익 모델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언론의 본질인 뉴스를 생산하면서 기존의 독자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는 모델 개발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성공하냐 성공하지 않냐를 떠나서 새로운 수익 모델을 위한 도전이 계속 돼야 합니다.
Q. 가짜뉴스 문제가 주요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가짜뉴스를 판단하는 기준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데,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고 개선할 수 있을까요?
가짜뉴스에 대한 논쟁은 오롯이 시간과 독자들의 판단, 가짜뉴스에 대한 언론사 책임의 영역으로 넘어가야 됩니다. 어느 특정 시점에서 ‘진짜다, 가짜다’를 논하는 것은 기존의 제도적 틀 안에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것은 언론사의 책임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관념적인 책임성에 머물지 않고 언론사의 실질적인 책임성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술적인 측면이 뒷받쳐줘야 합니다.
그래서 블록체인 기술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누군가 부정적 의도를 가지고 사실을 조합해서 쓰는 가짜뉴스는 매우 위험하죠. 그런 것은 지금 당장 검증할 수 없어요. 그렇지만 데이터의 위·변조가 불가능하고 영구히 기록되는 블록체인 상에 뉴스 콘텐츠에 대한 기록을 남기게 되면 자연스럽게 언론사는 기사를 쓸 때 이전과는 다른 책임감을 갖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이 누적되고 자연스럽게 문화가 바뀌어 나가는 방식이 옳다고 봅니다. 관념적으로만 '어떤 언론은 가짜 뉴스'라고 치부해 제도를 바꾸다 보면 그 자체가 또 하나의 규제가 될 수 있어요. 그 자체가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게 됩니다. 언론은 철저히 스스로의 책임성을 인식하고 최대한 공공의 선을 지향하는 목적으로 기사를 작성해야 합니다. 이런 전제 하에 자유가 보장이 돼야 하는 거고요.
무엇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놓고 계속 제도를 바꾸다 보면 훨씬 더한 부작용을 초래할 겁니다. 지금은 기술적인 부분에 기반한 인프라가 필요합니다. 기술 기반의 인프라 개선으로 언론사 스스로가 점점 무게감을 느끼고 자정하도록 만드는 것이 언론에 가장 적합한 방식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이 기사와 콘텐츠 관리에 도입되면 나름의 정의를 가지고 전달한 팩트가 문제가 돼도 언론사는 당당하게 이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을 겁니다.
Q. 공공소통연구소는 뉴스 소비 문화와 관련해서 어떤 캠페인을 진행해 나갈 계획이신가요?
뉴스 소비자 스스로가 뉴스 소비에 대해 자각하도록 만드는 캠페인을 전개할 계획입니다. 포털 사이트를 통해 ‘뉴스를 본다', '뉴스를 읽는다'는 수동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나는 어떤 뉴스를 소비하고 있는가’를 자각하도록 하는 겁니다. ‘소비’라는 말을 붙이는 순간 개인은 물건을 소비하는 것처럼 자신이 하는 행위에 대해 스스로가 더 효율적인 방식을 찾기 위해 개선의 노력을 하게 되거든요.
우리가 어떤 제품을 살 때 다른 사람의 리뷰도 읽어보고 가격과 품질을 비교하면서 소비에 대해 결정을 하잖아요? 뉴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어느 매체에서 어떤 기사로부터 정보를 소비할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뉴스 콘텐츠 읽기를 소비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언론사들도 본인들의 뉴스를 대형 포털 사이트에 연 단위로 몇 십억 몇 백억씩 팔지 않을 겁니다.
뉴스를 소비함으로써 가치가 쌓이고, 그 가치가 높아짐으로써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네오 캐피탈(신자본)이 있어야 합니다. 이걸 고민해야만 언론사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조차 없는 언론사 입장에서는 시도해볼만한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사 스스로 아무것도 안 하면서 “어려우니 정책으로 도와달라”는 식으로 광고 수익을 높일 방법에만 국한된 접근은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블록체인 기반의 사용자 보상 활동이 일반적인 공공 캠페인 영역에서도 얼마든지 활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이용당하는 모델은 비즈니스 모델이 아닙니다. 앞으로의 4차 산업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서는 공동의 가치 창출이 요구됩니다. 공공 캠페인과 보상 모델을 통해 기업, 정부, 시민들이 공익적 의제 앞에서 지속적으로 WIN-WIN할 수 있는 방안을 앞으로 고민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