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 도입이 확산되는 가운데, 위키피디아(Wikipedia)의 공동설립자는 블록체인 기술을 위키피디아에 도입할 의사가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22일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지미 웨일스(Jimmy Wales) 위키피디아 공동설립자는 최근 한 암호화폐 컨퍼런스에서 컨텐츠 제작와 편집자에게 암호화폐로 보상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는 일부 제안자들의 의견에 이같이 밝혔다. 웨일스는 암호화폐 도입이 오히려 위키피디아의 비전이나 독특한 운영방법을 훼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위키피디아는 지난 2001년 1월 시작된 사용자 참여의 온라인 백과사전이다. 비영리단체인 위키미디어 재단이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전 세계 280개가 넘는 언어로 서비스되고 있다.
위키피디아는 인터넷 상에 있는 모든 참여자들에게 개방돼 있어,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고 고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에 기인한 악의적인 편집과 부정확한 내용, 내용의 질, 권위의 부족 등은 백과사전으로 불리기에 부족하다는 논란을 이어 왔다.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위키피디아는 컨텐츠 내용에 대한 사실 확인, 내용 편집·삭제를 자원봉사자 열성적인 참여자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위키피디아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기 원하는 사용자들은 컨텐츠 제작자, 편집자 등의 참여자들에게 암호화폐로 보상하는 방안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지미 웨일스는 이러한 견해에 강하게 반대한다. 암호화폐 보상 도입이 그동안 순수한 열정으로 컨텐츠를 제작하고 편집해온 사람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돈을 중심으로 한 컨텐츠 제작 구조는 기업 홍보 컨텐츠와 같은 편향된 내용을 증가시켜 본래 탈중앙적인 성격의 위키피디아를 변질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컨텐츠 제작자나 편집자에게 암호화폐로 보상하는 방안은 순수한 호기심과 열정으로 컨텐츠를 만들고 편집해 온 사람들이 플랫폼 운영에서 배제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그 자리를 금전적 이익을 위해 부적절한 내용의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차지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람들이 오로지 돈을 위해 경쟁적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라며 "금전적 보상을 목적으로 컨텐츠를 생성, 편집하는 방식은 위키피디아의 품질 향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미 웨일스는 블록체인 기술의 특징인 불변성도 위키피디아와 맞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웨일스는 최근 미디어 인터뷰에서 위키피디아에 있어 기록을 언제든 수정할 수 있는 기능은 중요하고, 블록체인 기술이 위키피디아 내 불법컨텐츠 대응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견해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미 웨일스가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는 것과 달리 위키미디어 재단은 비트코인(BTC) 등 암호화폐로 후원을 받고 있다. 재단은 지난해 초 결제처리업체 비트페이와 손잡고 후원수단에 비트코인캐시(BCH)를 추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