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 암호화폐 정치인이자 미국 민주당 대통령 경선후보인 앤드류 양(Andrew Yang)이 후보에서 사퇴했다.
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양 후보는 미국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치뤄진 날 밤에 사퇴를 발표했다. 양 후보는 뉴햄프셔 예비경선에서 예상을 밑도는 결과가 나오자 경선을 완주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사퇴를 선택했다.
양 후보는 지지자들을 위한 연설 전 인터뷰에서 "나는 수학을 잘 아는 사람"이라며 "수치를 보면 이번 경선에서 이길 수 없을 거라는 점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경선에 참가한 유일한 아시아계(대만계 이민 2세) 후보인 앤드류 양은 친 암호화폐 성향의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대선 캠페인 기부금을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로 받기도 했다.
앤드류 양은 '보편적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을 최우선 공약으로 제시하고, 이를 비트코인으로 지급하는 방안도 염두하고 있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보편적 기본소득이란 직업,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18세 이상 모든 미국 시민에게 월 1,000달러를 지급하겠다는 공약이다.
또한 그는 블록체인·암호화폐 산업에 대해 친화적인 입장을 밝혀 업계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그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블록체인 기반 모바일 투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으며, 미국이 암호화폐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유연하고 일관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양 후보는 "규제를 하든 안 하든 사람들은 암호화폐를 계속 사용할 것"이라며 "금지 조치는 암호화폐를 음지화할 뿐이고 규제로 막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행보에 젊은 층의 지지자들이 가세하며 양 후보의 인지도가 높아졌다. 하지만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접어들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맞설 강력한 대선 주자가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양 후보의 지지층은 약화됐다.
이에 따라 미국 뉴햄프셔주 예비경선에서 샌더스 상원의원이 26%로 1위를 차지했고, 부티지 전 시장이 24.4%,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이 19.7%,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9.3%로 뒤를 이었다. 양 후보는 5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한편, 양 후보의 후보 사퇴에도 불구하고 업계 일각에서는 그를 향해 응원과 고마움의 메시지를 보냈다.
미국 입법 및 금융 전문 변호사 제이크 체르빈스키(Jake Chervinsky)는 트위터에서 "암호화폐 관련 정치적 입장을 처음이자 유일하게 밝힌 후보가 오늘 밤 캠페인을 중단한다"며 "혁신 산업을 이해하고 지지해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당신은 이미 업계 새로운 표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