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은 특정 산업 분야 내 활용에 그치지 않고 네트워크와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초연결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16일 서울 상섬동 코엑스에서 열린 블록체인 진흥주간 2019 컨퍼런스에서 엄경순 한국IBM 전무는 '글로벌 혁신사례를 통해 바라본 블록체인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진행했다.
이날 강연에서 엄 전무는 국내외 기업형 블록체인 기술 동향과 도입 사례에 대해 소개했다.
엄 전무는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은 미래 사회 디지털 혁신을 가져올 리딩 테크놀로지라는 점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면서 "모든 산업들이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블록체인 기술로 전환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엄 전무는 현재 블록체인 기술은 특정 업종 내 적용을 넘어 다양한 업종과 연계된 서비스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현재 400개 이상의 블록체인 네트워크 컨소시엄에서 나온 가장 뛰어난 결과물을 토대로 산업이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각국 정부의 블록체인 기술 도입 및 활용 사례 또한 확대되는 추세다. △컴플라이언스(규제 준수) 및 부당지출 검증 △각종 행정 등록 △물류와 군수물자 등의 공급망 추적과 투명화 △신원인증 등 분야에서 실증사업을 전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엄 전무는 대표적인 해외 블록체인 활용 사례로 IBM이 참여한 4건의 유즈케이스를 소개했다.
먼저, IBM은 세계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와 공동 출자해 트레이드렌즈(TradeLens)를 설립하고 선사, 항구, 터미널, 세관, 운송업체 등이 참여하는 물류 무역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트레이드렌즈는 무역에 필요한 모든 종이 문서를 디지털화하고, 이를 블록체인 상에 올려 실시간으로 추적한다.
또한 기업 내 민감한 정보는 오프체인을 통해 처리해 온체인에는 결과값만 올릴 수 있고, 진행되는 건별로 거버넌스 참여자에 부여하는 권한을 달리해 기업 기밀이나 민감한 정보의 유출을 막을 수 있다. 전 세계 물류 무역의 60~70%를 담당하고 있는 해당 네트워크는 기존 물류무역 공급망의 비효율적인 프로세스를 15% 가량 개선했다고 엄 전무는 전했다.
IBM 푸드 트러스트는 식품 공급체인 관리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대표 사례다. 식품이 생산돼 소비자에 이르는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원인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만들었다. 이는 식중독 문제 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월마트는 돼지고기, 망고 등의 식품 이력 추적에 적용해 기존에 6일 18시간이 걸렸던 추적 작업을 2.2초 만에 완료한 사례도 있었다.
월드와이어는 전 세계 47개 통화, 44개 은행 접점을 포함해 72개국이 참여하는 글로벌 외국환 송금 결제 네트워크다. 기존의 복잡한 중계은행을 거치지 않고 상대방 은행으로 직접 송금이 가능한 모델로, 기존 스위프트 대비 55%의 절감 효과를 보였다. 법정화폐 기반 스테이블 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거래도 지원하고 있으며, 하루 발생하는 통화거래만 5,0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닷트레이드는 유럽 14개 은행이 참여하는 금융무역 컨소시엄을 구축했다. 모바일을 통한 편리한 접근, 거래에 대한 통합된 뷰(view)를 제공해 거래신뢰성을 높이고 리스크는 감소시킨 사례로 꼽힌다. 이는 현재 절반에 달하는 중소기업들이 은행의 금융서비스를 받기 위한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을 개선해줄 수 있다고 엄 전무는 소개했다.
이어 엄 전무는 블록체인 기술이 각 산업 분야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소개했다. 발표에 따르면 블록체인은 단순히 기술적 측면을 넘어 실생활에 가치를 전할 수 있는 도구이자 기반 기술로 각 산업에서 활용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가장 많이 활용되는 분야는 금융산업이다. △금융기관의 청산과 정산 작업 △무역금융 △신원확인(KYC) △디지털 신원인증(DID) △비상장 주식 △국가간 결제 등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특히 DID의 경우 하나의 인증체계로 불필요한 신원인증 절차를 줄일 수 있어 국내외에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 추세다.
헬스산업에서는 △환자의 동의 및 건강데이터 교환 △결제 및 클레임 △임상 의료데이터 관리 △의약품 공급망의 추적 △회사 간 정보공유 △의약품 자산추적 △콜드체인 등에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그동안 병원 간에 환자 데이터 공유가 되지 않아 중복 검사 등 불편이 발생해 왔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면 환자 데이터 공유를 통해 환자에 맞춰 필요한 검사만 실시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비용 절감과 더불어 환자의 편의성이 증대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밖에도 엄 전무는 스테이블 코인을 이용한 지역화폐 발행, 코발트 공급망 추적관리, 교육 산업과 디지털 광고 유통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사례 등을 소개했다.
엄 전무는 "앞으로 블록체인 기술은 기존 네트워크를 연결해, 네트워크와 네트워크가 연결되는 초연결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며 "블록체인 기술의 대규모 확산을 위해서는 비즈니스 전략을 잘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블록체인 산업 표준 방향은 오픈소스, 오픈기술, 오픈 거버넌스 기반으로 발전하고 있다"면서 각 주체는 미래 가능성과 로드맵을 통해 전략적인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