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재무장관은 최근 암호화폐 시장 혼란과 투자자 피해를 고려해 산업 감독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률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아콤 템피따야파싯 재무장관은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암호화폐 플랫폼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규제 정비에 나설 계획이라고 발언했다.
이번 규제 개정을 통해 중앙은행이 암호화폐 산업에 대해 더 많은 관할권을 가지고 더욱 깊숙이 관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콤 재무장관은 "기존 체계는 산업을 규제하기에 충분히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 체계에서는 '암호화폐는 상품·서비스에 대한 법정 결제 수단이 아니다'라고 고지하는 것 외에 중앙은행이 개입할 틈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재무장관은 이같은 규제 개정에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앞장서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SEC는 2018년 통과된 법률에 따라 단독으로 암호화폐 시장 감독 의무를 가지고 있다.
이번 규제 개선 조치는 현지 규제 승인 암호화폐 거래소인 '집멕스(Zipmex)'가 출금을 일시 중단했을 때, 당국이 투자자 보호에 즉각 나서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가운데 나왔다.
집멕스는 태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호주에서 서비스 중인 암호화폐 거래소로 바벨파이낸스와 셀시우스에 총 5300만 달러의 대출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0일 유동성 위기에 출금을 중단했었다. 현재는 거래 동결 조치를 대부분 해제했지만, 채권자 소송 등을 유예하기 위해 싱가포르에서 모라토리움을 신청한 상태다.
SEC는 집멕스 출금 중단에 따른 피해 조사를 위해 법 집행 기관과 협력하고 있다. 루엔바데 수완몽콜 SEC 위원장은 당시 "암호화폐의 극심한 변동성으로 인해 많은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었다"면서 "암호화폐 기업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관련 규정을 손질할 계획"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태국 암호화폐 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SEC 자료에 따르면 현지 활성 거래 계좌 수는 지난해 12월 70만 개에서 현재 23만 개로 크게 줄어들었다.
그림=활성 태국 암호화폐 거래 계좌 수 / 출처 블룸버그
지난해 11월 정점을 찍은 이후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에서 2조 달러가 빠져나간 상태다. 대출 플랫폼, 대형 펀드 등이 붕괴하고 투자자 피해 규모가 커지면서 태국뿐 아니라 전 세계 규제 당국들은 규제 빈틈을 매우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한국에서도 서울남부지검 금융범죄합동수사단이 테라·루나 사태를 수사 중이며, 정부에서도 일관된 규제 마련을 위해 자본시장법 개정, 기본법 수립 등에 나선 상황이다.
아쿰 태국 재무장관은 "암호화폐 규제 개정은 혁신과 기술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투자자가 더 큰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투자자를 보호하고 업계가 공정하게 유지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