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이크로컴퓨터(Super Micro Computer, 이하 슈퍼마이크로)의 주가가 예상을 밑도는 실적 전망 발표 직후 급락했다. 인공지능용 서버 시장에서 급성장해온 슈퍼마이크로지만, 일부 고객사의 주문 지연과 구형 제품 재고 부담으로 3분기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시장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회사 측은 2025 회계연도 3분기 비GAAP 기준 주당순이익(EPS)을 16~17센트 수준으로 예상하면서 월가 예상치였던 46센트와는 큰 괴리를 보였다. 자체 가이던스였던 36~53센트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매출도 기존 가이던스였던 50억~60억 달러(약 7조 2,000억~8조 6,000억 원)에서 45억~46억 달러(약 6조 4,800억~6조 6,200억 원)로 하향 조정됐다. 시장 기대치인 53억 8,000만 달러(약 7조 7,400억 원)에도 훨씬 못 미친다.
해당 발표 이후 슈퍼마이크로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15% 이상 급락했다. 이는 최근 1년간 58% 하락한 흐름을 더욱 악화시킨 결과로, 연초 이후 상승률이 28%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급격한 반전이다. 이번 분기 실적은 오는 5월 6일 정식 발표될 예정이다.
회사는 실적 하향 조정의 원인으로 일부 고객의 “플랫폼 전환 지연”을 들며, 해당 수주가 4분기로 이연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구세대 제품의 판매 부진으로 인한 재고 부담 증가도 발목을 잡았다. 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엔비디아(NVDA)의 차세대 GPU ‘블랙웰’ 수요가 급등하면서, 기존 호퍼 기반 서버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위축된 것이 주요 변수였다고 지적한다. 엔비디아는 이미 올해 블랙웰 GPU 재고를 완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에버코어 ISI의 아밋 다랴나니 애널리스트는 "슈퍼마이크로가 호퍼 비중이 높은 구조인데, 고객들이 블랙웰이 본격 적용될 때까지 구매를 미루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구형 호퍼 GPU 재고가 대량으로 쌓이고, 일부는 블랙웰과 메모리 호환성 문제로 활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슈퍼마이크로의 급락은 업계 전반에도 영향을 미쳤다. 델 테크놀로지스와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는 시간 외 거래에서 각각 약 5%, 2% 하락했고, 엔비디아 역시 2% 내림세를 기록했다.
이번 가이던스 하향은 지난 2월 발표된 연간 실적 전망치 하향에 이어 또 한 번의 충격이다. 당시 슈퍼마이크로는 연간 매출 전망치를 235억~250억 달러(약 33조 8,400억~36조 원)로 낮췄으며, 이는 당초 가이던스였던 260억~300억 달러(약 37조 4,400억~43조 2,000억 원) 대비 크게 줄어든 수치였다. 월가는 현재 2025 회계연도 매출을 239억 9,000만 달러(약 34조 5,000억 원)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불과 3개월 전에는 찰스 리앙(Charles Liang) CEO가 2026 회계연도 매출이 400억 달러(약 57조 6,000억 원)에 이를 수 있다는 공격적인 전망을 내놓으며 시장 기대를 키운 바 있다. 이 당시 근거로는 직물 냉각 기술을 적용한 신형 서버의 빠른 도입과 AI 수요 확대가 제시됐다.
하지만 이번 실적 쇼크로 해당 성장 시나리오는 신뢰를 잃고 있다. 아울러 슈퍼마이크로는 감사인 교체, 내부 금융 통제 문제, 그리고 미국 법무부의 회계 부정 수사 등 이미 다양한 리스크에 둘러싸여 있었다. 지난해 회사는 주요 감사 법인이었던 언스트앤영(EY)으로부터 신뢰를 잃고 관계가 종료됐으며, 이어 BDO USA를 새 감사 법인으로 선임했다. 이와 함께 2024 회계연도 감사 보고서 제출이 지연돼 나스닥 상장 유지 여부가 위태로웠던 순간도 있었다.
또한, 전직 직원에 의한 내부고발과 힌덴버그 리서치의 회계 조작 의혹 제기까지 겹치며, 슈퍼마이크로는 지난해 하반기 시장 시가총액의 80% 가량을 잃은 바 있다. 올 들어 주가가 회복세를 보이긴 했지만, 이번 가이던스 충격으로 다시금 신뢰 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