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XP, CEO 교체 발표 직후 주가 7% 급락…투심 불안 증폭

| 김민준 기자

세계적인 반도체 업체 NXP반도체(NXPI)의 주가가 경영진 교체 소식과 부진한 실적 속에서 시간 외 거래에서 7% 넘게 급락했다. 이번 결정은 회사의 장기 CEO였던 커트 지버스(Kurt Sievers)가 올해 10월 말 퇴임하겠다고 밝히면서 나왔다.

지버스는 이미 사내 ‘보안 연결 엣지 부문’을 총괄하던 라파엘 소토마요르(Rafael Sotomayor)에게 사장직을 넘겼으며, 10월 28일을 기점으로 CEO 자리도 물려줄 예정이다. 회사 측은 이번 은퇴가 순전히 개인적인 결정이며, 이사회나 실적과의 충돌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올해 1분기 NXP는 주당순이익(EPS) 2.64달러로 시장 기대치인 2.58달러를 상회했지만, 매출은 9% 감소한 28억 4,000만 달러(약 4조 900억 원)를 기록해 전년 대비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순이익은 4억 9,000만 달러(약 7,1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23%나 줄어든 수치다.

지버스는 투자자들에게 전한 성명에서 “현재 반도체 산업은 통제 불가능한 거시경제 요인들, 특히 불안정한 관세 환경 등에 노출돼 있어 상당히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내부적으로 통제 가능한 영역에 집중하며 수익성과 실적을 방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NXP는 2분기 실적 가이던스로 29억 달러(약 4조 1,800억 원)의 매출을 목표치로 제시해 시장 전망치인 28억 7,000만 달러보다 소폭 높은 수준을 제시했다. 그러나 전체 시장의 우려는 여전히 CEO 사임 이슈에 더욱 집중돼 있다.

차기 CEO 소토마요르는 지난 2014년 NXP에 합류했으며, 이전에는 브로드컴에서 11년간 마케팅 부문을 이끌었다. 줄리 서던 NXP 이사회 의장은 "그는 지난 10년간 회사 전략과 성장에 필수적인 역할을 해냈으며, 산업 및 자동차, IoT 시장에서 NXP의 리더십을 이어갈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소토마요르가 맡게 될 과제는 녹록지 않다. 현재 NXP는 주요 4개 사업 부문 모두에서 매출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1분기 자동차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7% 감소한 16억 7,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시장 기대치에도 미치지 못했고, 산업 및 IoT 부문은 11% 감소한 5억 800만 달러에 머물렀다. 모바일 부문과 기타 통신·인프라 부문도 각각 3%, 21%씩 역성장을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NXP는 쉼 없는 인수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AI 엣지용 뉴럴 프로세서 제조사 키나라(Kinara)를 3억 700만 달러(약 4,400억 원)에 인수했으며, 1월에는 자율주행차 소프트웨어 업체 TTTech 오토를 6억 2,500만 달러(약 9,000억 원)에 매입한 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자동차 연결 시스템 기업 아비바 링크스를 2억 4,250만 달러(약 3,500억 원)에 인수했다.

엔비디아와 같은 기업들이 AI 중심의 성장 전략으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NXP는 여전히 전통적인 반도체 중심의 포트폴리오에 머무르고 있어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CEO 교체 이후 소토마요르가 어떤 혁신 전략으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