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美에 216조 투자 선언… AI·양자컴퓨터 '빅게임' 시작됐다

| 김민준 기자

IBM이 향후 5년간 미국에 1,500억 달러(약 216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며 기술 개발 및 제조 기반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300억 달러(약 43조 2,000억 원) 이상은 메인프레임과 양자컴퓨팅 분야의 연구 개발에 투입될 예정이다. 인공지능(AI) 및 차세대 컴퓨팅 중심의 투자 확대는 미국 내 첨단 기술 인프라 구축을 견인하면서, IBM의 혁신 전략에 대한 시장의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

이번 대규모 투자 발표는 IBM이 최근 미국 정부와 맺은 15건의 계약이 해지됐다는 사실을 공개한 직후 나왔다. 해지된 정부 계약은 총 1억 달러(약 1,440억 원) 미만이며 회사 전체 매출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지만, 해당 소식이 전해진 날 IBM 주가는 6% 이상 급락했다. 월가에서는 IBM의 투자 발표가 트럼프 행정부와의 정치적 메시지를 반영한 상징적 제스처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D.A. 데이비슨의 분석가 길 루리아는 "투자 발표가 다소 과장된 성격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IBM이 정치적 협력을 도모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IBM은 메인프레임과 양자컴퓨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명확히 제시했다. 뉴욕 푸킵시에 있는 공장에서는 차세대 메인프레임 z17이 최근 공개됐으며, 해당 시스템은 하루 4,500억 건 이상의 AI 추론 작업을 처리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z17은 커스텀 칩 '텔럼 II(Telum II)'로 구동되며, 기존 대비 캐시가 40% 증가했고 AI 모듈을 내장하고 있다. 여기에 PCIe 기반의 머신러닝 가속기 '스파이르(Spyre)'를 연결해 계산 능력을 추가할 수도 있다.

데이터 저장 장치 또한 혁신이 이뤄졌다. IBM은 새로운 DS8000 시리즈 스토리지를 통해 연간 가용 시간 손실을 1초 미만으로 줄였고, 랜섬웨어 방지 기능인 '불변 복사본(Safeguarded Copies)'으로 보안을 강화했다.

또 하나의 핵심 투자 영역인 양자컴퓨팅 분야에서는 156 큐비트를 지닌 양자 프로세서 '헤론 R2(Heron R2)'가 작년 9월 공개됐다. 초전도 기술 기반의 이 칩은 내부 실험에서 이전 세대 대비 50배 빠른 속도로 계산을 수행하며 기술적 진전을 과시했다. 이러한 하드웨어 진화는 IBM이 양자 우위 확보를 위해 장기적 비전을 전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IBM 아빈드 크리슈나 최고경영자(CEO)는 “114년 전 창립 이래 미국의 일자리와 제조를 최우선에 두고 있으며, 이번 투자로 IBM은 AI와 컴퓨팅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대규모 계획은 기술 주권을 강화하려는 미국 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궤를 같이 하며, 향후 IBM이 미국 기술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한층 강화하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