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INTC), 부진한 가이던스에 시간외 급락…구조조정도 '약발 부족'

| 김민준 기자

인텔(INTC)의 실적 발표가 시장 기대치를 하회하면서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가 급락했다. 전통적인 반도체 강자로 불렸던 인텔의 주가는 이날 정규장에서 4.4% 상승세를 보였지만, 부진한 2분기 가이던스가 공개되자마자 6% 넘게 급락하며 불안정한 흐름을 보였다.

인텔은 2분기 매출 가이던스를 112억~124억 달러(약 16조 1,000억~17조 9,000억 원)로 제시했다. 이는 시장조사업체 비저블알파(Visible Alpha)가 집계한 월가의 평균 예상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의 경우 ‘손익분기 수준’을 언급하며 이익이 사실상 정체될 것이란 암시도 덧붙였다. 기업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부진한 전망을 내놓은 배경에는 지속되는 경쟁 심화와 생산 효율 문제라는 고질적인 이슈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1분기 실적은 시장의 예상을 다소 웃돌았다. 매출은 126억 7,000만 달러(약 18조 2,0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1%가 채 안 되는 감소폭을 기록했으며, 조정 순이익은 5억 8,000만 달러(약 8,400억 원), 주당 13센트를 기록해 컨센서스를 상회했다. 특히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 매출이 47억 달러(약 6조 7,600억 원)로 집계되며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나타낸 것이 전체 실적을 방어한 핵심 요인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3월 CEO로 새롭게 취임한 립부 탄(Lip-Bu Tan)은 “1분기 결과는 올바른 방향으로의 첫걸음이지만, 시장 점유율 회복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선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실행력 강화와 운영 효율 개선을 위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실적 발표는 인텔이 전체 직원의 20% 이상을 감원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직후 공개됐다.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사업 구조를 간소화하고 수익성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주가 하락은 실적에 대한 실망감을 그대로 반영하는 동시에, 향후 인텔의 실질적인 성장 동력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2025년 들어 인텔 주가는 실적 발표 전날까지 약 7% 오른 상태였다. 그러나 이번 부진한 가이던스로 인해 그간의 상승분이 상쇄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팹리스 경쟁사 대비 느린 사업 전환 속도와 파운드리 시장 내 경쟁 심화가 중장기적인 부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떨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