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프라이버시 샌드박스 사실상 축소…쿠키 제거 계획도 수정

| 김민준 기자

구글(GOOGL)이 지난 2019년 야심차게 시작했던 프라이버시 샌드박스(Privacy Sandbox) 프로젝트의 주요 내용을 대폭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온라인 광고 생태계에서 제3자 쿠키를 제거하고 대안을 마련하려던 전략의 변화로, 글로벌 규제 환경과 기술 성장 속도에 따라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는 애초 제3자 쿠키를 대체해 이용자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도 타깃 광고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 개발을 목표로 출발했다. 구글은 2022년까지 크롬 브라우저에서 제3자 쿠키를 완전히 제거하겠다고 밝혔지만, 기한은 수차례 연기됐고 결국은 지난해 해당 계획 전면 철회로 이어졌다. 이번 결정은 이에 이은 추가 조정이다.

안서니 차베스(Anthony Chavez) 프라이버시 샌드박스 담당 부사장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AI의 발전과 세계적인 법 규제 변화가 있었다”며 “사용자가 직접 쿠키 수신 여부를 선택하는 기존 방식은 유지하되, 별도의 새로운 프롬프트는 도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 제공 중인 제3자 쿠키 제어 옵션을 유지하는 것이 사용자 보호에 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구글의 이 같은 결정은 영국을 비롯한 글로벌 공정거래 당국의 압력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제3자 쿠키 삭제가 경쟁 업체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구글을 수차례 압박해왔다. 이에 따라 구글은 2023년 CMA에 여러 가지 독점 방지 조치를 약속했고, 조사를 일단락시킨 바 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다시 CMA와 영국 정보보호청(ICO)이 프라이버시 샌드박스에 대한 새로운 우려를 제기하면서 부담이 커졌다.

한편, 이번 결정에 따라 프라이버시 샌드박스에서 추진되던 여러 기술들도 외형 조정을 겪게 된다. 대표 기술인 ‘토픽스 API(Topics API)’는 이용자의 크롬 브라우저 사용 이력을 기반으로 관심 주제를 도출하고, 이를 직접적인 활동 이력 공개 없이 광고주에게 제공해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한 방식이다.

그 외에도 같은 기업이 운영하는 다수 웹사이트 간 데이터 공유를 돕는 RWS, 제한된 조건에서 쿠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CHIPS 등이 새 로드맵에 따라 더 이상 전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구글은 향후 이들 기술의 수정된 개발 일정과 투자 방향을 별도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AI 기술의 발전과 글로벌 규제 공조 강화 속에서 세계 최대 광고 플랫폼인 구글이 현실적으로 택할 수밖에 없는 절충안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프라이버시와 광고 효과 간 균형을 찾기 위한 빅테크의 고심이 갈수록 깊어지는 가운데, 관련 기술의 진화 방향에도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