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빅쿼리 전면 업그레이드…AI 데이터 거버넌스 승부수

| 김민준 기자

구글(GOOGL)이 자사 클라우드 플랫폼의 데이터 웨어하우스 서비스인 빅쿼리(BigQuery)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며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의 주도권 확대에 나섰다. 최근 열린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2025’ 행사에서 공개된 바에 따르면, 빅쿼리는 경쟁사인 스노우플레이크(SNOW)와 데이터브릭스에 비해 고객 수가 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구글이 데이터 기반 AI 플랫폼 구축에서 기술적 경쟁력을 실제 시장 확대로 연결해내고 있음을 방증한다.

구글 클라우드는 이번 행사에서 빅쿼리에 229건이 넘는 신규 기능을 대거 추가했다. 이 중 핵심은 ‘빅쿼리 통합 거버넌스(BigQuery Unified Governance)’로, 데이터 품질, 접근성, 신뢰성을 확보해 AI 도입의 난관으로 꼽히는 ‘데이터 준비’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전략이다. 구글은 이를 위해 메타데이터를 기술적 정보, 비즈니스 문맥, 실행 기록의 세 범주로 나눠 통합 관리하는 ‘유니버설 카탈로그’를 도입했다. 기존에는 별도의 도구나 프로세스가 필요했던 데이터 거버넌스를 빅쿼리 내부에 자연스럽게 내장한 셈이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구글이 자사 최신 AI 모델 ‘제미니(Gemini)’를 이 거버넌스 계층에 직결한 점이다. 제미니는 데이터 간 관계를 자동으로 분석하고 비즈니스 맥락을 반영해 메타데이터를 보강하며, 이상 탐지 같은 기능도 실시간으로 수행한다. 자연어 기반 의미 검색, 자동 메타데이터 생성, 구조화/비구조화 데이터의 통합 카탈로그 작성 등의 기능이 포함돼 AI 기반 데이터 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력은 실제 고객사들의 사례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의류 브랜드 리바이 스트라우스(Levi Strauss & Co)는 기존 도매 중심 구조에서 소비자 직접 판매 전략으로 전환하면서, 실시간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 시스템을 구축했다. 빅쿼리 기반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통해 시각화 속도는 기존 대비 최대 100배까지 개선됐고, 700명 이상의 직원이 일상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버라이즌(Verizon)의 경우 전체 데이터를 단일 시스템에 통합하며 북미 최대 통신사급 데이터 웨어하우스를 구현 중이다.

이 외에도 글로벌 호텔 체인 래디슨 호텔 그룹, 식품 유통 기업 고든 푸드 서비스 등 다수의 고객이 빅쿼리 기반 AI 솔루션을 도입하면서 생산성 향상과 수익 개선을 경험하고 있다. 급변하는 데이터 환경 속에서 AI 적용성과 활용성을 극대화하려면 데이터 통합과 거버넌스가 핵심 과제라는 점에서, 구글의 전략은 업계 전반에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물론 경쟁도 치열하다. 데이터브릭스는 13억 달러(약 1조 8,720억 원) 규모로 인수한 모자이크 AI를 주축으로 자체 AI 스택을 강화하고 있으며, 스노우플레이크는 앤트로픽과의 협업을 통해 LLM 기반 서비스 확장을 꾀하고 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각각 레드쉬프트와 시냅스를 통해 AI 통합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해 구글은 “우리는 모든 계층에서 혁신했고, 최상의 모델과 데이터 스택을 통합한 유일한 플랫폼”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실제로 구글에 따르면 빅쿼리 내 멀티모달 분석을 위한 AI 모델 사용량이 전년 대비 16배 증가했다. 단순 성능 경쟁보다는 사용성과 통합성을 동시에 갖춘 ‘실시간 데이터 활용 플랫폼’으로 빅쿼리를 진화시키겠다는 구글의 전략이 일정 부분 효과를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도입에 있어 데이터 기반 체계 구축이 최대 병목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구글의 통합 거버넌스 접근 방식은 많은 기업에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공하고 있다. 기존 전통적 플랫폼이나 사일로 방식의 데이터 운영에서 벗어나려는 기업이라면, 이번 업그레이드를 기점으로 빅쿼리로의 전환을 검토할 강력한 이유가 생긴 셈이다. 경쟁사들이 얼마나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지가 구글의 우위를 판가름할 다음 경쟁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