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으로 지구를 캡처하다… 스펙시, 블록체인 기반 영상 네트워크 공개

| 김민준 기자

스펙시 지오스페이셜(Spexi Geospatial)이 새로운 분산형 지구 영상 네트워크인 ‘레이어드론(LayerDrone)’을 공개하며 드론 이미지 확보 방식에 전환점을 제시했다. 이 네트워크는 전 세계 드론 사용자가 고해상도의 지구 이미지를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차세대 공간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고안됐다.

레이어드론 네트워크는 고화질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는 가운데 등장했다. AI와 자율주행 시스템, 도시 계획 등 다양한 산업에서는 기존 위성이나 항공기 방식보다 훨씬 정교하고 상세한 이미지가 필요하다. 스펙시는 지난 1년간 세계 각지의 아마추어 드론 조종사들과 협력해 230만 에이커 이상의 면적에서 1,000만 장 이상의 이미지를 수집했으며, 이 같은 방식을 보상 기반 모델로 확장해왔다.

빌 레이클랜드(Bill Lakeland) 스펙시 최고경영자(CEO)는 “우리가 구축한 기술 스택은 대규모 데이터 수집을 단순화한다. 드론 조종사에게는 마치 포켓몬 고(Pokemon Go) 같은 게임처럼 쉽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도시에 대한 캡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위성 이미지보다 900배 높은 해상도를 자랑하면서도 비용은 5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회사 측 주장이다.

기술 책임자인 알렉 윌슨(Alec Wilson)은 “우리는 이미 북미 최대 도시 170곳을 표준화된 데이터로 촬영했으며, 레이어드론 재단의 설립은 참여형 공간 데이터 수집의 문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네트워크는 탈중앙화와 커뮤니티 주도로 운영되며, 블록체인 기반의 보상 시스템이 채택될 예정이다.

특히 레이어드론은 ESG 관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위성 및 항공 촬영 대비 탄소 배출량을 97%나 줄이며 지속 가능성을 확보했다. 기술적으로는 수 센티미터급 정밀도로 건물 외벽과 표면 지형을 촬영할 수 있어 실제 환경을 정밀하게 재현한 3D 모델, 즉 ‘디지털 트윈’ 제작이 가능하다.

이 프로젝트는 드론 비행 데이터를 등록(mapping)하고, 중첩된 이미지들을 포토그래메트리(Photogrammetry) 방식으로 정합해 점군 데이터(Point Cloud)를 생성한다. 이후 이미지의 복잡한 구조를 기반으로 사실적인 3D 영상 표현을 구현하는 ‘가우시안 스플랫(Gaussian Splat)’이 만들어지며, 주거 밀집 지역이나 도시 전경을 정밀하게 재현하는 데 사용된다.

현재까지 10만 건 이상의 비행 임무가 수행됐으며, 드론 조종사에게는 비행당 약 $50(약 7만 2,000원)의 보상이 지급된다. 스펙시는 이 생태계를 더욱 확대하기 위해 레이어드론 재단을 세우고 암호화폐 기반 보상 토큰을 도입할 계획이다.

레이클랜드 CEO는 “기존 토큰 경제가 보여준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지속 가능한 인센티브 구조를 설계할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친암호화폐 정책도 향후 제도 환경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이어드론은 단순한 이미지 캡처 툴을 넘어, 공간 AI와 메타버스, 자율주행, 재난 대응 등 여러 산업에서 실제 적용 가능한 인프라로 자리매김 중이다. 이 기술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항공 시뮬레이션 게임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2024’처럼 현실 세계의 지형과 도시를 정밀하게 재현하는 데 필요한 핵심 데이터로도 활용 가능하다.

궁극적으로 레이어드론은 특정 지역을 고해상도로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도시 재건, 실시간 내비게이션, 게임 및 가상 세계 구축 등 다방면으로 확장 가능한 플랫폼이 될 전망이다. 윌슨은 “오픈 프로토콜 기반의 레이어드론은 공간 AI 혁신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지금까지 없었던 수준의 참여와 확장성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