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AI·로봇 산업 지형 바꿀 '초거대 로드맵' 공개

| 김민준 기자

엔비디아(NVDA)가 자사의 연례 기술 컨퍼런스 GTC 2025에서 인공지능(AI)과 로봇 산업의 미래를 뒤흔들 새로운 로드맵을 공개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젠슨 황(Jensen Huang) CEO는 기조연설에서 “AI 혁명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향후 AI 연산 수요 확대와 데이터센터의 대전환을 정의하는 핵심 기술들을 소개했다.

황 CEO는 “AI가 단순 학습 단계를 넘어 실사용 추론(인퍼런스)의 대중화로 옮겨가면서 컴퓨팅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엔비디아는 새로운 GPU 플랫폼인 ‘블랙웰 울트라’를 비롯해 AI 팩토리용 운영체제, 차세대 네트워킹 장비 및 로봇 시스템까지 발표하며 자사의 기술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이미 양산 중인 블랙웰(Blackwell) 아키텍처는 전세대 호퍼(Hopper) 대비 최대 40배의 연산 성능 향상을 이뤘으며, 이를 기반으로 2025년 하반기에는 더욱 강력한 메모리 구조를 탑재한 ‘블랙웰 울트라’가 등장할 예정이다. 이 GPU는 차세대 초거대 AI 모델을 안정적으로 구동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한 엔비디아는 매년 새로운 AI 아키텍처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차세대 아키텍처인 ‘베라 루빈(Vera Rubin)’은 2026년, 그 상위 버전인 ‘베라 루빈 울트라’는 2027년에 출시되며, 2028년에는 차세대 HBM 메모리를 탑재한 ‘파인만(Feynman)’이 등장할 전망이다.

AI 인프라 측면에서도 대규모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엔비디아는 실리콘 포토닉스 기반 네트워킹 플랫폼 ‘스펙트럼-X’와 ‘퀀텀-X’를 통해 GPU 수백만 개를 연결하는 고속·저전력 네트워크 시스템을 선보였다. 이 중 퀀텀-X 인피니밴드 스위치는 2025년 말, 스펙트럼-X 이더넷 스위치는 2026년에 출시될 예정이다.

로봇산업을 위한 물리 기반 AI 기술도 발표됐다. 엔비디아는 휴머노이드 로봇용 기초 AI 모델 ‘아이작 GR00T N1’을 공개했으며, 이는 빠른 추론과 느린 사고를 병합한 이중 시스템을 통합한 세계 최초의 오픈형 휴머노이드 AI 모델이다. 이와 함께 구글 디프마인드, 디즈니 리서치와 협업해 개발하는 오픈소스 물리엔진 ‘뉴턴’도 AI 로봇의 정밀 작업 수행 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전망이다.

이외에도 엔비디아는 데스크톱 AI 슈퍼컴퓨터인 ‘DGX 스파크’와 ‘DGX 스테이션’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 제품들은 에이수스, 델, HP 등과 협력해 제조되며, 대규모 AI 모델의 개발 및 추론을 손쉽게 구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 AI 추론 프로세스를 가속화하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다이너모(Dynamo)’도 이날 함께 공개됐다.

젠슨 황 CEO는 기조연설 말미에 “로봇과 산업을 포함한 물리 기반 AI 시장은 50조 달러(약 7경 2,000조 원) 규모에 이를 것”이라며 “엔비디아는 그 중심에서 기술적 기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AI 기반 데이터센터의 성능, 에너지 효율, 확장성이 전례 없이 향상되고 있는 가운데, 엔비디아는 양자 컴퓨팅 분야에서도 선도적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최근 보스턴에 개소한 ‘가속화된 양자연구센터’를 통해 주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업들과 함께 차세대 기술 상용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번 발표는 단순한 제품 공개를 넘어, AI가 구축될 물리적·논리적 인프라에 대한 방향성을 명확히 제시한 점에서 의미가 깊다. AI 팩토리 시대를 겨냥한 엔비디아의 전략이 실제 시장에서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