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NVDA)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중국을 직접 방문해 부총리 허리펑과 AI 스타트업 대표 등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방중은 미국 정부의 새로운 수출 제한 조치로 인해 자사 인공지능(AI) 칩의 대중국 매출이 타격을 입자 이를 봉합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황 CEO는 최근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고위 당국자 및 주요 고객들과 잇따라 면담하며 협력방안과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 중에는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창업자도 포함돼 있으며, 황 CEO는 이들과 새로운 칩 설계 및 맞춤형 솔루션 개발 논의를 집중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국영 CCTV 보도에 따르면 그는 이번 만남에서 “중국은 엔비디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고 밝히며, 양측 간 협력이 지속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엔비디아는 최근 바이든 정부의 강화된 수출 규제에 따라 중국 수출용 AI칩 H20의 판매 차질을 겪고 있으며, 해당 영향만으로도 무려 55억 달러(약 7조 9,200억 원)의 손실을 분기 실적에서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규제는 H20 칩이 중국 정부의 슈퍼컴퓨터 개발에 사용될 가능성을 막기 위해 마련된 조치지만, 해당 제품이 기존 고성능 AI 칩보다 스펙이 낮고 기존 제한 기준을 충족하도록 설계됐다는 점에서 업계와 투자자들에게도 큰 충격을 줬다.
시장조사업체 모닝스타는 이번 손실 반영이 엔비디아 내부적으로 미국 정부로부터 수출 허가를 받을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동시에 향후 중국 수익이 ‘제로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실제로 수출 차단이 장기화할 경우 엔비디아의 아시아 사업 전반에 걸친 구조적 재편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이번 황 CEO의 방중은 단순한 고객 관리 차원을 넘어 중국시장에서 최소한의 입지를 지키기 위한 고위급 외교 행보로 평가된다. 현재로서는 엔비디아 측이 미국 정부와 중국 당국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여부가 향후 동아시아 전략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한편, 엔비디아의 주가는 이 같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목요일 프리마켓에서 큰 변동 없이 소폭 약보합세를 나타냈다. 전날에는 관련 소식 여파로 7% 가까이 급락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황 CEO의 이번 중국행이 투자자 신뢰 회복과 현지 매출 방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포석이었는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