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NVDA) 주가가 16일(현지시간) 7% 가까이 급락한 가운데, 미국 정부의 AI 반도체 수출 규제가 기업 실적에 본격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엔비디아는 이번 분기에 약 55억 달러(약 7조 9,200억 원)의 손실을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공시를 통해, 중국 수출이 제한된 H20 그래픽 칩에 대한 *공급 면허*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H20 칩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수출 통제를 고려해 설계됐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는 해당 제품이 슈퍼컴퓨터 개발 등 전략적 목적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추가 규제에 나섰다.
월가에서는 이번 발표가 예상을 크게 벗어난 충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H20 칩이 처음부터 규제에 충족하도록 출시됐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가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통제를 한층 더 강화하고 있다는 해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는 미국과 중국 간 기술 경쟁이 향후 더 첨예해질 수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엔비디아 주가는 4월 들어 반등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올해 초 대비 약 20% 가까이 하락한 상태다. AI 반도체 수요 둔화, 미·중 간 무역 갈등 심화, 미국 대형 기술 기업들의 AI 투자 속도 조절 등이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술적 분석 측면에서도 투자자들은 향후 주가 흐름의 분수령이 될 주요 지지선과 저항선에 주목하고 있다. 주가는 이날 6.9% 떨어진 104.49달러에 마감됐으며, 향후 96달러 선이 1차 지지선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3월 고점과 이번 달 급락 저점을 고려하면, 76달러 수준이 두 번째 하락 목표선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될 경우, 주가가 하락 쐐기 패턴의 상단을 돌파하며 130달러, 그리고 150달러 수준까지 탄력을 받을 여지도 있다. 특히 150달러는 올해 1월 기록한 엔비디아의 역사적 고점과도 맞닿아 있어, 상단 저항선으로서 중요성이 크다.
시장 전문가들은 특정 가격대에서 *매물 부담*이 클 수 있으므로 단기적 기술적 반등을 노리는 투자자라면 전략적 진입과 이익 실현 타이밍을 정교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고점에서의 매도 물량은 단기 상승을 제한할 수 있으며, 실적 쇼크에 대한 시장 반응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이번 사태는 AI 반도체 산업이 더 이상 기술력만으로는 성장할 수 없는 지정학적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드러낸다. 특히 미 정부의 규제가 단순한 기술 수출 제한을 넘어 기업 경영과 실적까지 좌우한다는 점에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