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을 추가로 규제하면서, 엔비디아(NVDA)와 AMD(AMD)를 포함한 주요 반도체 기업의 주가가 동반 하락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가 시행한 새로운 수출 통제로, 중국 기업에 판매되는 AI 반도체에 대해 수출 허가를 의무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엔비디아였다. 엔비디아는 자체 개발한 AI 반도체 H20의 중국 수출에 있어 미국 상무부로부터 무기한 수출 허가가 필요하다는 통지를 받고, 2026회계연도 1분기 실적에 약 55억 달러(약 7조 9,000억 원)의 손실을 반영할 것으로 예고했다. H20은 최신 AI 칩보다 성능이 낮지만 미국의 수출 규제를 피하기 위한 조정 버전으로 설계돼 있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중국 슈퍼컴퓨터로 유입될 수 있다는 미국 정부의 우려에 따라 규제 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AMD 역시 상당한 손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중국 수출용 AI 칩 MI308의 허가 요건 변경으로 인해 최대 8억 달러(약 1조 1,500억 원)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상무부는 향후 이와 유사한 반도체 제품도 동일한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뉴욕증시 개장과 동시에 엔비디아와 AMD의 주가는 각각 6% 이상 하락했으며, 브로드컴(AVGO)도 4% 가까이 떨어졌다. 반도체 업종 전반이 약세를 보이면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는 4% 가까이 빠졌다. 시장 전반에는 기술 종목 전반에 대한 불안 심리가 확산됐다.
엔비디아는 오는 5월 28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어, 이번 대중국 수출 규제가 실적과 투자자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글로벌 AI 수요가 여전히 강하지만, 미국 정부의 수출 제한은 이들 기업의 핵심 성장 축인 중국 시장 접근을 크게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무역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반영해 주식시장에서 반도체 섹터 전반의 조정장을 유발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과 기술 주도권에 대한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순한 일회성 제한에 그치지 않고 공급망 재편과 기술 이전에 대한 각국의 전략적 대응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