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그마, IPO 전격 추진…어도비 인수 실패 16개월 만의 결단

| 김민준 기자

협업 디자인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피그마(Figma)가 기업공개(IPO)를 위한 비공개 방식의 증권거래위원회(SEC) 서류 제출을 완료했다. 이는 약 16개월 전 어도비(ADBE)와의 200억 달러(약 28조 8,000억 원) 인수합병(M&A)이 무산된 후 마련한 대안 조치로 풀이된다.

피그마는 2012년 설립 이후 클라우드 기반 디자인 툴 시장을 선도하며 사용자 경험을 혁신해왔다. '피그마 디자인', '피그잼', '데브 모드', '피그마 슬라이드' 등으로 이뤄진 제품군은 실시간 공동 작업을 통해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및 프로토타이핑의 생산성과 일관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자동 레이아웃, 고도화된 컴포넌트 시스템, 인공지능 기반 설계 도구 등은 무코드 방식으로도 고정밀 프로토타입 제작을 가능케 한다.

어도비는 2022년 피그마 인수를 발표했으나, 미국과 유럽, 영국 등의 규제 당국이 시장 경쟁 약화를 이유로 반대를 표하면서 2023년 말 거래를 철회했다. 이후 피그마는 2024년 7월, 기업가치 125억 달러(약 18조 원)로 추정되는 비공개 펀딩을 유치하며 독자 생존 전략을 본격화했다. 이는 어도비의 당시 제시가보다 약 75억 달러(약 10조 8,000억 원) 낮은 수치다.

SEC에 제출한 서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피그마는 이 IPO를 통해 추가 자금 확보 및 시장점유율 확대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상장 시점은 명시되지 않았다. 최근 IPO 시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발표로 흔들리는 가운데, 피그마는 시장 안정 시점을 겨냥해 상장을 연기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실제로 스웨덴계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Klarna)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이후 상장 계획을 잠정 중단했다. 또한 지난 3월 나스닥에 상장한 AI 인프라 기업 코어위브(CoreWeave)는 상장 직후 고전했으나 현재는 주가가 회복세에 접어든 상태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여건 속에서, 피그마 역시 시장 반응을 면밀히 살핀 뒤 IPO 일정을 조율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디자인 SaaS 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피그마의 기술력, 글로벌 고객 기반 등을 감안할 때 중장기적으로 IPO가 긍정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와 협업 소프트웨어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피그마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