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심장 단 메인프레임, IBM z17로 재탄생…하이브리드 클라우드까지 정조준

| 김민준 기자

수십 년 동안 금융 및 공공기관의 핵심 시스템을 책임져온 IBM의 메인프레임이 이제 AI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IBM은 최근 IBM z17을 공식 출시하며, 단순한 인프라 자산을 넘어 비즈니스 확장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을 분명히 했다.

IBM z17은 성능과 안정성을 상징하던 과거의 메인프레임을 넘어, 실시간 추론이 가능한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AI 애플리케이션은 칩 수준에서부터 소프트웨어 계층 전반에 탑재되며, 기업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해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IBM Z 제품관리 부문 부사장 티나 타르퀴니오는 “2,000시간 이상의 고객 인터뷰와 리서치를 통해 설계 방향이 결정됐다”며, “정확히 필요할 때 정확히 필요한 기능을 신속히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IBM의 차세대 칩인 텔럼 II는 AI 작업 처리량을 기존 대비 7.5배 향상시켰으며, 에너지 효율 또한 개선됐다. 여기에 IBM의 AI 플랫폼 워슨엑스(watsonx)가 통합되면서 멀티모달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됐다. 특히 IBM은 칩 내에 AI 가속기를 직접 삽입해 신용카드 결제 승인이나 자금세탁 방지 모델처럼 초당 수천 건의 거래가 필요한 작업도 지연 없이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IBM Z 사업 총괄인 로스 마우리는 “z16이 역대 최고의 메인프레임 출시 성과를 기록한 데 이어, z17은 더 강력한 AI 엔진과 속도 중심 설계를 바탕으로 반응 시간을 밀리초 단위까지 줄여 준다”고 강조했다. AI 추론을 트랜잭션 안에서 직접 진행할 수 있게 되면서, 은행과 보험, 공공 부문 등 초고속 업무 요구가 높은 분야에서 z17의 경쟁력은 한층 강화됐다.

특히 IBM Z 소프트웨어 부문 총괄 스카일라 루미스는 “메인프레임을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와 매끄럽게 연결하고 차세대 운영 인력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 목표”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IBM은 플랫폼 특화 스크립트를 점차 배제하고 Ansible, Terraform 같은 업계 표준 도구와 연동을 강화하고 있다. 또 비전 스튜디오 코드, 젠킨스 등 개발자 친화적인 도구를 바로 운영체제에 통합해 코드 의존성이나 데이터 흐름을 추적하는 데 AI를 활용시키고 있다.

메인프레임에 대한 오랜 편견에도 불구하고 IBM은 이번 z17을 통해 완전한 AI 기반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데이터 저장, 보안, 분산처리, 모니터링까지 엔드 투 엔드 기술 스택을 완비한 IBM Z 생태계는 데브옵스부터 운영 자동화까지 확장 적용이 가능하며, AI 옵스의 핵심 인프라로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제품 발표를 IBM의 연구개발, 제품 전략, 상용화 간 긴밀한 협업의 사례로 꼽는다.

IBM z17은 더 이상 과거를 상징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앞선 AI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전략이 실현되는 현대형 메인프레임이다. 플랫폼 중심 전략을 고수하며 고객 중심 혁신을 이어가겠다는 IBM의 의지가 고스란히 반영된 이번 제품은, 기업 시스템의 미래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