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장바구니’라더니… 수작업으로 주문 처리한 美 스타트업, 584억 사기 적발

| 김민준 기자

인공지능 기술을 탑재했다고 홍보한 전자상거래 앱이 실제로는 수백 명의 필리핀 외주 인력을 활용한 ‘가짜 자동화 서비스’였던 것으로 확인되며 창업자가 미 법무부에 의해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남부지검은 바르셀로나 출신 기술기업 창업자 앨버트 사니거(Albert Saniger)를 증권사기 및 전신사기 혐의로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도 동시에 민사 소송을 제기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사니거는 2018년경 쇼핑 애플리케이션 ‘네이트(Nate)’를 개발해 2020년 시장에 출시하면서, 사용자의 입력 없이 자동으로 배송지 입력·결제·사이즈 선택 등이 가능한 ‘AI 기반 만능 장바구니’로 홍보했다. 하지만 미 법무부는 실제로는 필리핀 콜센터에서 고용한 수백 명의 ‘구매 보조 인력’이 모든 주문을 수작업으로 수행했으며, 기술적 자동화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매튜 포돌스키(Matthew Podolsky) 뉴욕 남부지검 수석 연방검사는 “사니거는 인공지능이라는 유망 기술의 이미지를 악용해 혁신적 서비스라는 허상으로 투자자를 현혹했으며, 투자금 약 4,000만 달러(약 584억 원)를 유치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이 같은 기만은 기술 생태계와 투자 환경 전반에 불신을 야기하고, 실제 AI 기술의 진보를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사니거는 네이트 앱의 자동화를 실제보다 과장하도록 직원을 지시한 정황도 포착됐다. 특히 2021년 연말 쇼핑 대목 기간에는 엔지니어팀에 일부 거래 자동화를 위한 봇 개발까지 명령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수사당국은 해당 기간에도 앱의 실질적인 자동화율은 사실상 0에 가까웠다고 밝혔다.

한편 네이트는 2023년 1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당시 다수의 미국 언론이 해당 앱의 AI 성능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고, 이에 사니거는 모든 직원을 해고한 것으로 미국 증권당국은 보고 있다.

현재 사니거에게 적용된 증권사기와 전신사기 혐의는 각각 최대 징역 20년에 이를 수 있으며, SEC는 법원에 사니거의 유사 기업 관련 직책 취임 금지와 함께 투자금 환수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