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대 말기에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다이어 울프(맹수늑대)'가 첨단 생명공학을 통해 다시 세상에 등장했다. 미국 생명공학기업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Colossal Biosciences)가 멸종된 종의 유전자를 복원하고 복제하는 ‘기능적 부활(de-extinction)’ 프로젝트를 통해 실제 다이어 울프 새끼를 탄생시켰다고 발표하면서, 과학계는 물론 대중문화계에서도 뜨거운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성과는 단순한 '동물 복제'를 넘어선다. 콜로설은 약 13,000년 전 오하이오주 셰리든 피트에서 채취한 치아 화석과 72,000년 전 아이다호주 아메리칸폴스에서 발견된 내이골을 활용해 희미하게 남아 있던 DNA를 추출했다. 이후 회수한 수천만 개의 DNA 단편을 분석하고 컴퓨터 기반 유전체 비교 분석 과정을 거쳐, 회복된 다이어 울프의 유전 정보를 현대 개체들과 대조하며 핵심 유전자를 선별했다.
콜로설의 최고과학책임자이자 UC 산타크루즈 교수인 베스 섀피로(Beth Shapiro)는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는 100% 동일한 유전자를 구현하는 것이 아닌, 다이어 울프 고유의 신체적 특징을 복원하는 데 있다”며 “유전적으로는 회색늑대와 99.5% 유사하지만, 덩치와 근육량이 월등하고, 두개골 형태와 털 색이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다이어 울프의 주요 형질을 유전체 편집을 통해 복원했다”고 설명했다.
기술적으로는 '소체핵이식(somatic cell nuclear transfer)' 기법이 핵심이다. 콜로설은 유전체 편집 후 레이저로 반투명화한 세포에 유전자를 주입하고, 대형 사냥개 품종을 대리모로 사용해 새끼를 출산했다. 지난 2024년 10월 첫 개체의 탄생 이후 현재까지 총 세 마리의 다이어 울프가 2,000에이커(약 810만㎡) 규모의 생태보호구역에서 관리되고 있다. 향후 콜로설은 추가로 3~5마리를 생산해 '무리 형성'을 통한 생태계 서식 적응을 도울 계획이다.
과학적 도전이자 생태 보존 실험으로 평가받는 이번 프로젝트에는 문학계의 상징적인 이름도 함께했다. 『왕좌의 게임』 원작자인 조지 R. R. 마틴(George R.R. Martin)은 다이어 울프 복원 소식에 감명을 받아 복원된 새끼들과 함께한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본인의 소설 속 상징적 동물인 '고스트(Ghost)'와 똑 닮은 모습에 눈물을 흘렸다는 일화도 전해졌다.
하지만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일부 생물학자들은 사용된 다이어 울프 DNA 비율이 지나치게 적고, 결과적으로는 새로운 종의 창출이지 복원이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콜로설 측은 “무엇이 다이어 울프인지를 정의하는 기준 자체가 과학적 합의가 없는 인위적 구분”이라며, "이 개체의 형질은 확실하게 다이어 울프의 범주에 포함되며, 이를 ‘콜로설의 다이어 울프’라 불러도 무방하다"고 반박했다.
콜로설은 생물다양성 보존이라는 더 큰 목표를 강조한다. “향후 50년 내 지구 생물종 절반이 멸종 위기에 처할 수 있으며, 이러한 기술은 생태계 회복을 위한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이어 "코알라 같은 멸종 위기종의 유전자 교정을 통해 독성 먹이(케인두꺼비)를 소화하도록 만드는 등, 수많은 실제 보존 프로젝트에서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기술 개발의 부산물은 경제적 가치도 크다. 콜로설은 복원 기술을 바탕으로 인간 게놈 해독, 생물학적 모델링 등 다양한 분야 기업을 스핀오프했고, 현재까지 총 4억 3,500만 달러(약 6,26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기초과학과 보존 목적의 기술을 기반으로, 약물 개발부터 환경솔루션까지 폭넓은 상용화 가능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콜로설은 향후 대표적인 멸종종인 매머드, 도도새, 태즈메이니아호랑이 등으로 대상 종을 확장할 계획이다. 복원 대상 동물마다 생식 체계, 환경 적응력, 유전체 차이가 크기 때문에 복잡성과 경제성 면에서 달라질 수 있지만, 콜로설은 AI와 클라우드 기반 연산과 유전체 분석 기술을 통해 이들 문제를 뛰어넘겠다는 복안이다.
프로젝트 총괄자인 CEO 벤 람(Ben Lamm)은 “이번 프로젝트는 유전공학의 아폴로 프로그램에 가까운 난도였다”며 “1만년 넘은 치아와 두개골에서 추출한 유전자로 다시 생명을 창조했다는 점에서 과학 그 자체가 ‘마법’처럼 느껴진다”고 밝혔다.
콜로설의 다이어 울프는 단순한 향수 자극이 아니라 기술 진보와 보존 학문, 그리고 윤리적 논쟁이 얽힌 실험이다. 과학이 자연을 거스를 수 있는지, 혹은 자연을 복원하는 수단이 될 수 있는지를 놓고 인류는 이제 더 복잡한 질문에 직면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