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美 수출 규제 위반 조사...최대 10억 달러 벌금 폭탄 가능성

| 손정환 기자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반도체제조회사(TSMC)가 미 상무부의 수출 통제 위반 조사와 관련해 최대 10억 달러(약 1조 4,600억 원)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번 조사는 미국 기술을 활용해 제조된 반도체가 중국 화웨이에도 공급된 정황이 포착되면서 본격화됐다.

로이터통신은 8일(현지시간) 미 상무부가 TSMC가 중국 업체 소프고(Sophgo)와 협력해 제조한 반도체가 화웨이 인공지능(AI) 프로세서에서 확인된 점을 근거로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이며, 정황이 사실일 경우 미국 수출 제한 조치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미국은 화웨이가 자국 안보를 위협한다고 보고 2019년부터 자국 기술이 적용된 제품이나 장비를 해당 기업에 공급하는 것을 금지해왔다. 문제는 TSMC의 생산 설비가 미국 기술에 기초하고 있어 직접적인 공급이 없더라도 우회 경로를 통한 제품 전달이 규제 위반으로 간주될 수 있는 점이다. 실제로 해당 규정을 위반할 경우 막대한 벌금이 발생할 수 있다.

TSMC는 이번 보도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거부했고, 미 상무부 역시 즉각적인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소프고는 앞서 화웨이와의 거래 사실을 부인한 바 있다.

한편 TSMC는 지난해 10월 이미 내부 조치를 통해 소프고에 대한 칩 공급을 중단했다. 그러나 화웨이 AI 칩셋에서 유출된 반도체가 TSMC 제품과 유사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오면서, 미국 당국의 의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번 조사가 본격화되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 긴장을 불러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소식이 전해지자 TSMC 주가는 4% 가까이 하락했다. 연초 대비 주가 낙폭은 25%를 넘어섰으며, 미중 기술 갈등이 반도체 산업 전반에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