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를 겨냥한 관세와 조롱성 발언을 지속하면서 캐나다 국내 정치 판도가 급변하고 있다. 캐나다 총선을 앞두고 자유당의 지지율이 빠르게 오르고 있는 가운데, 암호화폐와 석유 산업을 지지해온 보수당 후보에 대한 여론이 싸늘하게 변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간 관세 전쟁이 격화되면서 캐나다 유권자들의 반미 감정을 자극했다. 그 영향으로 오랜 기간 부진했던 자유당은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를 "51번째 주"라고 지칭한 발언은 캐나다인들을 결집하게 만들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보수당 대표 피에르 포일리에브르는 강력한 총리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캐나다 CBC가 집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4월 현재 자유당 지지율은 43.1%, 보수당은 38.4%다. 자유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할 가능성은 80%에 달한다.
자유당의 지지율 상승은 지난 1월 사임한 쥐스탱 트뤼도 전 총리 후임으로 취임한 마크 카니 총리의 등장과도 관련이 있다. 전직 중앙은행 총재 출신인 그는 경제와 무역 갈등에 강한 대응을 예고하며 안정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반면 포일리에브르는 자신의 이미지를 부인하고 있지만, 여전히 '캐나다판 트럼프'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 그는 암호화폐 지지, '큰 정부' 반대, 언론 비판 등 주요 이슈에서 트럼프와 유사한 태도를 보여왔다. 이런 성향이 비호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현지 분석이다.
뉴욕타임스는 포일리에브르의 화법과 메시지 방식이 트럼프와 꼭 닮았다고 지적했다. 맥길대 정치학과 다니엘 벨랑 교수는 "유권자 다수가 싫어하는 인물과 비슷하게 보이는 것은 정치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