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연방법원이 암호화폐 대출업체 블록어너(Block Earner)의 금융법 위반 혐의를 기각하고, 제소한 호주 증권투자위원회(ASIC)에 소송비용 전액을 부담하라고 명령하였다. 이번 판결은 암호화폐 기반 금융 상품의 법적 지위에 대한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22일(현지시간) 더블록에 따르면, 호주 연방법원이 시드니 소재 핀테크 스타트업 블록어너(Block Earner)와 호주 증권투자위원회(ASIC) 간 3년에 걸친 소송에서 블록어너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블록어너가 제공한 암호화폐 담보 대출 상품 '어너(Earner)'가 현지 금융서비스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ASIC이 제기한 혐의를 모두 기각했다. 이에 따라 ASIC은 1심과 항소심 소송비용 전액을 부담하게 됐다.
이번 판결은 2022년 11월 ASIC이 블록어너를 상대로 무인가 금융서비스 제공 혐의로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소송이 제기된 후 블록어너는 자발적으로 해당 상품의 제공을 중단하였다. 당시 재판부는 2024년 3월 ASIC의 손을 들어주었고, 사라 코트(Sarah Court) ASIC 부위원장은 해당 판결이 암호화폐 상품에 대한 감독 권한을 명확히 했다고 언급했었다.
그러나 블록어너는 즉각 항소하였고, 결국 2025년 4월 열린 항소심에서 연방법원은 블록어너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법원은 해당 상품이 고정 만기 대출 계약으로 간주되어야 하며, 투자 상품에 적용되는 금융서비스 라이선스 규정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다만 블록어너는 이번 판결 이후에도 '어너' 상품을 호주 시장에서 재출시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블록체인 기반 대출 상품의 법적 정의에 대한 새로운 판단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되며, 향후 유사한 구조를 갖는 디지털 자산 상품에 대한 규제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