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 떠나는 전설, 베른하르트 랑거의 마지막 오거스타 작별 인사

| 손정환 기자

올해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끝으로 경기에서의 은퇴를 예고한 베른하르트 랑거(Bernhard Langer)가 40년 가까이 이어온 오거스타 내셔널과의 인연을 되돌아보며 의미 있는 작별을 준비하고 있다. 독일 골프의 전설이자 마스터스 2회 우승자인 그는 “더는 이 코스에서 경쟁력이 없다”며 “마지막 무대임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가족, 손주, 그리고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친구들과 함께 이 시간을 만끽하고 싶다”며 감회를 전했다.

경기 전 이미 오거스타 코스를 한 차례 경험한 랑거는 “폭풍으로 인해 많은 나무가 쓰러졌지만 복구 상태는 환상적이었다”고 평하며, 다만 많은 비 예보가 경기 난도를 높일 것으로 우려했다. 마지막 출전에 앞서 그가 세운 목표 중 하나는 마스터스에서 컷을 통과하는 최고령 선수가 되는 것으로, 이 기록은 현재 오랜 친구이자 라이벌인 프레드 커플스(Fred Couples)가 보유 중이다. 그는 “이를 달성하려면 거의 완벽에 가까운 경기를 해야 한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1980년대 초 유럽 선수들이 마스터스 출전권을 따내기 어려웠던 시절을 회고한 랑거는 “유럽 투어 상금왕에 올라야만 초청장이 왔던 시기”였다며, 1982년 자신의 첫 마스터스 출전이 “꿈을 이루는 일”이었다고 술회했다. 그는 1983년 불참 이후 단 2년 만에 1985년 우승을 차지했고, 그 40주년을 맞이한 올해 대회는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는 “첫 출전에서는 퍼팅 실수로 무려 11번이나 3퍼트를 했지만, 철저히 복기한 결과 다음 해엔 확연히 나아졌다”고 회상했다.

독일의 작은 마을 아우그스부르크 인근 안하우젠 출신의 랑거는 1981년 독일 선수 최초로 라이더컵에 출전했으며, 1985년에는 독일인 최초이자 유일한 메이저 우승자가 되었다. 당시 독일에서 골프는 생소한 스포츠였고, “미니 골프와 혼동되는 수준이었다”고 그는 전했다. 하지만 이후 그의 활약은 독일 골프의 인식을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두 번의 마스터스 우승 가운데 랑거는 1993년의 두 번째 우승에 좀 더 깊은 의미를 부여했다. 당시 주말 동안 내내 선두를 유지했으며, 특히 그해 부활절 일요일에 승리하면서 개인적으로 신앙과 맞물린 특별한 감정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첫 우승은 메이저 챔피언의 지위로 이끌어줬다면, 두 번째 우승은 첫 우승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랭거는 한편 오랜 후원사인 메르세데스 벤츠가 선물한 마스터스 테마의 커스터마이징 S클래스 차량을 공개하며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외관부터 실내 조명, 헤드레스트 자수에 이르기까지 마스터스를 기념하는 섬세한 디테일이 반영된 이 고급 차량을 이번 주 대회 기간 매일 직접 몰고 다닐 계획이다. 그는 “아마 다른 선수들이 부러워할 것”이라며 웃음을 보였다.

스웨덴 출신의 신예 루드비그 오베리(Ludvig Åberg)에 대해서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베리는 메르세데스 벤츠 홍보대사로도 활동 중이며, 지난해 마스터스에서 첫 출전 만에 준우승을 차지한 이력이 있다. 랑거는 “그가 향후 최소 한 벌의 그린 재킷을 입을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벌써 이 대회를 정복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평가했다.

그 외에도 올해 우승 후보로는 스코티 셰플러(Scottie Scheffler), 로리 매킬로이(Rory McIlroy), 존 람(Jon Rahm), 브룩스 켑카(Brooks Koepka) 등 약 40~50명의 강력한 선수가 있다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선수로서의 경력은 마감하지만, 마스터스와의 인연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3 콘테스트, 챔피언스 디너 참석, 스폰서 행사 등 다양한 모습으로 오거스타에 계속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밝힌 그는 “이곳은 여전히 내 인생의 큰 일부이며, 나는 영원한 마스터스의 일원으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