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최악의 출발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취임 석 달 만에 S&P500 지수는 14% 넘게 하락하며, 1928년 이후 최악의 대통령 임기 초 주식시장 성적표라는 기록을 남겼다.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 2.0’이 기대를 모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향방이다.
이번 성적은 분석기관 비스포크 인베스트먼트 그룹(Bespoke Investment Group)이 집계한 데이터에 기반한 것으로, 과거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제3기 취임 직후였던 1941년 9% 하락 기록을 크게 웃돈다. 당시엔 2차 세계대전 참전을 둘러싼 미국 내부의 대립이 증시 불안을 키운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부터 12월 중순까지 투자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법인세 인하와 규제 완화 공약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S&P500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당시 시장은 트럼프의 관세 발언을 일시적인 전략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후 반복된 관세 부과 및 철회, 예측 불가능한 무역 정책이 투자자 신뢰를 흔들며 시장 혼란을 확대시켰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America First)’ 정책은 가장 역설적으로 미국 주식시장에 치명타를 입혔다. 비스포크가 집계한 45개국 상장지수펀드(ETF) 중 미국 S&P500의 실적은 최하위권을 기록했으며, 평균 ETF 수익률이 3.2% 상승한 반면 미국만 14% 급락했다. 그보다 더 낮은 실적을 보인 국가는 대만뿐이다.
같은 시기 유럽 주요국 증시는 완전히 상반된 경로를 보였다. 독일,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등은 새로운 경기 부양책과 방위비 증액 계획 등을 등에 업고 상승세를 탔다. 대표적으로 독일의 MSCI ETF는 10.8% 급등했으며, 이탈리아는 10.2%, 영국은 6.6%, 프랑스는 3.7% 상승했다. 이들 국가 역시 트럼프발 관세 충격을 일부 받았지만, 전반적인 투자 심리는 오히려 개선된 흐름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대외정책 불확실성과 반복되는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 전반의 리스크 프리미엄을 급격히 끌어올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와 기업들의 투자 보류 움직임이 맞물리며, 미국 내 증시 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일각에서는 향후 트럼프 행정부가 명확한 경제정책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는 한 투자자 신뢰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2025년 들어 본격화된 불확실성은 단편적인 정책 결정이 아닌 구조적인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는 경고로 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