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이티드헬스그룹(UNH)이 실적 가이던스를 전격 하향 조정하면서 주가가 하루 만에 22% 넘게 떨어지는 충격을 안겼다. 이는 1998년 이후 최악의 일일 하락률이며, 1984년 상장 이후 네 번째로 큰 낙폭이다. 이번 급락으로 시가총액에서 약 1,200억 달러(약 173조 원)가 증발하면서, 비(非)기술주 중 가장 충격적인 주가 폭락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졌다.
주가 급락은 다른 헬스케어 종목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휴마나(HUM)는 7.4%, 엘리번스 헬스(ELV)는 2.4% 하락했다. 특히 유나이티드헬스는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에서 가장 비싼 종목이었기 때문에, 해당 지수에 미친 영향도 상당했다. 이날 유나이티드헬스 주가 하락 하나로 다우지수는 789포인트가 밀렸고, 만약 주가가 보합세였다면 오히려 다우는 262포인트 상승했을 것으로 분석됐다.
유나이티드헬스는 헬스케어 업계에서 대표적인 방어주로 여겨진다. 일반적으로 경기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꾸준한 실적을 내는 기업이지만, 이번 가이던스 하향 발표는 투자자들에게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시가총액 5,350억 달러(약 770조 원)에 달하던 유나이티드헬스는 이날만으로도 업계 내 입지가 흔들릴 정도의 타격을 입은 셈이다.
이 같은 주가 하락 사례는 일반적으로 기술주에서 더욱 자주 발생한다. 메타(META)는 2018년 부진한 실적 발표 이후 하루 새 1,000억 달러 이상을 증발시킨 바 있으며, 이는 당시 사상 최대 규모의 일일 시가총액 하락 사례였다. 반면 헬스케어나 필수소비재 종목의 경우, 수십 년에 걸친 점진적 하락을 통해 가치가 줄어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컨대 월그린부츠얼라이언스(WBA)와 에스티로더(EL)는 각각 10년, 3년에 걸쳐 1,000억 달러에 근접한 가치 하락을 경험한 바 있다.
전방위적 매도로 번진 이번 사태는 건강보험 업계에 대한 미래 기대감에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 유나이티드헬스를 비롯한 대형 보험사들은 팬데믹 이후 안정된 성장을 지속해왔지만, 스스로 제시한 실적 전망 하향조정은 산업 전반에 걸쳐 구조적인 비용 증가나 수요 둔화같은 새로운 변수들이 존재함을 방증한다.
기술 업종 외 대형주 중에서도 유사한 사례는 드물다. 현재 S&P 500 내 시총 기준으로 유나이티드헬스보다 상위에 위치한 종목은 버크셔 해서웨이(BRK.B), 일라이 릴리(LLY), 월마트(WMT), JP모건 체이스(JPM), 비자(V) 정도뿐이다. 이들 기업처럼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고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기업은 일반적으로 단기 급락에 대한 내성이 높지만, 유나이티드헬스의 예는 이 같은 통념에 예외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시장에서는 단순한 주가 변동을 넘어, 투자자 신뢰 붕괴와 향후 산업 밸류에이션 재조정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유나이티드헬스의 급락은 특정 기업의 리스크가 전 산업에 연쇄 충격을 일으킬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