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노디스크 주가 7% 급락…릴리 경구 비만 치료제에 '아성' 흔들

| 김민준 기자

미국 증시에 상장된 노보노디스크(NVO)의 주가가 17일(현지시간) 한때 7% 급락했다. 경쟁사 일라이 릴리(LLY)가 개발 중인 경구형 비만 치료제가 임상 3상에서 탁월한 효과를 입증하면서 투자심리가 급속도로 냉각된 영향이다. 여기에 글로벌 투자은행 BMO캐피털마켓이 노보노디스크에 대한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하며 하락세에 기름을 부었다.

BMO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노보노디스크의 투자의견을 기존의 ‘시장 수익률 상회(outperform)’에서 ‘시장 수익률(market perform)’으로 낮추고, 목표주가도 종전 105달러에서 64달러(약 9만 2,000원)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BMO는 “일라이 릴리가 상업성과 임상 양면에서 괄목할 만한 진전을 이뤘고, 이로 인해 노보노디스크가 선점했던 입지를 잃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일라이 릴리는 자사 경구형 비만 치료제 '오르포글리프론(orforglipron)'의 중앙값 기반 임상 3상 결과를 이날 공개했으며, 약물은 주사제 방식의 기존 GLP-1 계열 치료제 수준의 효과와 안전성을 모두 입증했다. 해당 소식은 업계의 판도 변화 가능성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노보노디스크는 이미 오젬픽과 위고비 등 블록버스터 치료제 성공으로 비만 치료 시장의 선도주자로 자리 잡았지만, 릴리의 이번 진입은 그 아성을 흔들었다. 노보노디스크의 주가는 최근 12개월간 반토막이 난 반면, 릴리는 이날 하루에만 16% 급등하며 S&P500 최상승 종목에 올랐다. 이번 상승으로 릴리의 주가는 최근 1년간 약세 흐름에서 완전한 반전을 이뤄낸 셈이다.

BMO는 향후 릴리의 추가 업데이트 및 노보노디스크의 부진한 1분기 실적까지 겹치며 양사 간 주가 격차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릴리의 새로운 GLP-1 계열 약물이 시장에 출하되면 노보노디스크 주가는 한동안 부담을 받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글로벌 제약업계에서 경구형 GLP-1 계열 약물이 ‘게임 체인저’로 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주사제를 꺼리는 환자들이 많기 때문에 복용 편의성이 뛰어난 경구제의 상용화는 시장 점유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처럼 릴리의 성과가 주목받는 가운데, 노보노디스크의 움직임 역시 더욱 신중해질 전망이다. 양사 간 경쟁이 기존의 ‘주사제 대 주사제’ 구도에서 ‘주사제 대 경구제’로 이동하며, 신제품 출시 일정과 효능, 부작용, 보험 적용 여부 등 다양한 변수들이 주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 입장에선 기술 우위뿐 아니라 상업화 전략까지 감안한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