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Fed) 제롬 파월 의장이 수입 관세가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에 끼칠 잠재적 충격을 경고한 가운데, 4월 16일(현지시간) 뉴욕 증시가 급락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이날 2.2% 하락했고, 다우지수는 1.7% 떨어졌다. 기술주의 낙폭이 특히 컸던 나스닥 지수는 3.1% 급락했다.
파월 의장은 시카고 경제클럽 연설에서 관세 정책 변화가 기업과 소비자 심리를 함께 위축시키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리 결정에 앞서 관세의 실질적 영향이 더욱 명확해질 때까지 상황을 관망할 뜻을 내비쳤다.
관세 충격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주요 반도체주는 전방위 타격을 입었다. 엔비디아(NVDA)는 자사 AI 칩이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1분기에만 최대 55억 달러(약 7조 9,000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AMD(AMD) 역시 최대 8억 달러(약 1조 1,500억 원)의 일회성 비용을 예상하면서 주가는 각각 6.9%, 7.4% 급락했다. 양사의 H20, MI308과 같은 고성능 칩은 앞으로 중국 기업에 수출하려면 사전 허가가 필요해진다.
수출 통제로 인한 반사이익 기대와 달리 관련 업종 전반도 하향세를 면치 못했다.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PLTR)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의 AI 군사용 소프트웨어 계약 체결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5.8% 빠졌다. 광범위한 기술주 약세가 기업 실적 호재마저 잠식한 셈이다.
물류 기업 제이비 헌트(JBHT)는 1분기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관세 여파로 수요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경영진 언급 이후 주가가 7.7% 하락하며 S&P500 내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광고 대기업 옴니콤(OMC)과 인터퍼블릭 그룹(IPG) 인수합병 소식에도 두 회사의 주가는 나란히 7% 이상 밀렸다.
이날 시장에서 드문 상승을 기록한 섹터는 에너지와 금이다. 미국 정부가 이란산 원유를 수입한 중국 기업에 제재를 가하면서 국제 유가가 반등했고, 이에 따라 APA(APA) 등 석유 관련 종목들이 일제히 상승했다. APA는 하루 동안 3.2% 올라 S&P500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금값도 지정학적 불안이 격화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세계 최대 금광업체 뉴몬트(NEM)의 주가는 2.6% 상승했다. 의료기기 전문기업 애봇(ABT)은 기대를 웃돈 실적과 5억 달러(약 7200억 원) 규모의 미국 내 시설 투자 계획을 내놓으며 2.8% 상승했다.
이번 낙폭은 단순한 변동성을 넘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경제 환경 전반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4년 대선 이후 재부상한 보호무역 기조가 기업 실적과 기술 산업에까지 급속하게 파고드는 양상이다. 시장은 실물 경제 지표와 중앙은행의 추가 발언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향후 방향을 조율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