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HPE)의 주가가 15일(현지시간) 장중 급등세를 보였다. 이는 행동주의 투자펀드인 엘리엇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가 이 서버·클라우드 기업에 대해 15억 달러(약 2조 1,600억 원) 규모의 지분을 취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엘리엇은 HPE에서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경영진과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설 계획이다. 이에 대해 HPE 측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투자업계는 엘리엇이 과거 다른 기업들과의 협상에서 대규모 지배구조 변화나 구조조정을 유도한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에도 HPE 경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실적 발표에서 HPE는 예상보다 높은 매출을 기록했지만, 조정 이익과 향후 분기의 수익 전망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와 함께 회사는 향후 18개월간 전 세계 직원의 약 5%에 해당하는 인력을 감축하고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밝혔었다. 이런 와중에 엘리엇의 진입은 해당 기업의 구조조정에 속도를 붙일 수 있는 계기로 해석된다.
엘리엇은 최근 몇 년간 다양한 대형 기업에 투자하며 변화를 주도해왔다. 지난해 사우스웨스트 항공(LUV)에 상당한 지분을 쌓은 뒤 자사 추천 이사들을 이사회에 임명시키는 데 성공했으며, 올해 들어 BP(BP), 필립스66(PSX) 등 에너지 대기업에도 손을 뻗쳤다. 기술 분야에서도 세일즈포스(CRM)와 협력 관계를 맺은 전례가 있다.
15일 주가가 4% 넘게 상승하면서 장중 탄력을 받았지만, HPE는 여전히 연초 이후 약 30%가량 하락한 상태다. 투자자들은 엘리엇의 개입을 통해 하반기 중 주가 회복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주주환원 확대와 포트폴리오 재편 등 다양한 전략 변화가 시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투자로 HPE가 엘리엇의 압박 속에 어떤 변화의 길로 들어설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루 아침에 주가를 반등시키는 요법은 아니지만, 행동주의 자본의 개입은 종종 예상을 뛰어넘는 기회를 만들어낸 전례가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