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그로 마이크로시스템(ALGM) 주가가 15일(현지시간) 정규장 개장 전 거래에서 8% 넘게 급락했다. 반도체 업체 온세미(ON)가 약 6조 9,000억 원 규모의 인수 제안을 철회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온세미는 지난달 알레그로 측에 주당 35.10달러(약 5만 400원)의 인수 제안을 제시하며 알레그로를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이는 종전보다 인상된 조건으로, 알레그로의 기업 가치를 약 69억 달러(약 9조 9,000억 원)로 평가한 금액이었다. 하지만 알레그로 이사회는 “가치 측면에서 부족하다”며 이를 거절했고, 결국 온세미는 “더 이상 실행 가능한 경로가 없다”고 판단하고 공식적으로 제안을 철회했다.
하산 엘쿠리 온세미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두 회사 간의 합병이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여전히 믿지만, 알레그로 이사회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인해 이를 더 이상 추진할 수 없게 됐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이 결정이 신중한 검토 끝에 내려진 것임을 밝혔다.
이번 인수 불발은 시장에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된 탓에 투자자들의 실망을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알레그로는 전력 반도체와 모션 컨트롤 시스템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으며, 전기차 및 산업용 IoT 확산에 따라 기술력이 더욱 주목받고 있던 시점이었다.
온세미 역시 연초부터 이어지는 반도체 업황 둔화로 매출과 이익에 타격을 입고 있으며, 지난 2월 발표한 4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엘쿠리 CEO는 올해를 ‘불확실성의 해’로 묘사하며 구조적인 전환과 비용 절감에 집중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인수 철회 발표 이후 온세미 주가는 장 개장 전 소폭 하락세를 보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단기적으로는 알레그로뿐만 아니라 온세미 주가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두 회사의 독자적인 전략 성장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인수전 철회가 미국 반도체 산업 내 빅딜 성사 가능성에 어떤 영향을 줄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