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그룹, 美 증시 '중립'으로 하향…유럽·日 비중 늘려라

| 김민준 기자

시티그룹(Citi)이 미국 증시에 대한 낙관적 시각을 철회하고 중립(Neutral) 의견으로 하향 조정했다. 투자자들에게는 일본, 영국, 유럽 시장에 대한 비중 확대를 권고하며 글로벌 포트폴리오 재조정 필요성을 강조한 셈이다. 이번 조정은 높은 밸류에이션과 정책 불확실성,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 등을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경계심을 자극하고 있다.

시티는 보고서에서 “아직도 미국 주식의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높고, 지속적인 하향 조정 압력이 존재한다”고 평가하면서 미국 주식의 매력을 낮춰 잡았다. 이를 대신해 일본과 영국, 유럽 대륙의 주식을 비중 확대로 상향하며 대안을 제시했다. 특히 일본 시장은 기업 실적 둔화를 선반영하고 있어 비교적 저평가되어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서도 일본은 타국 대비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것이라는 분석도 이와 같은 시각에 힘을 실었다.

미국 증시는 지난 15년간 글로벌 시장을 압도하는 성과를 보여왔다. 초저금리와 저물가 환경이 미국 대형 기술주의 고성장을 이끌었던 덕택이다. 이에 따라 국제 자금의 미국 증시 쏠림 현상도 두드러졌다. 하지만 시티는 이러한 환경이 변하고 있고, 미세한 자산 배분 변화만으로도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시티는 미국 정책의 예측 불가능성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세 리스크는 다소 진정됐지만, 매크로 불확실성과 정책 방향의 혼란은 여전하다”면서 “최근 달러 약세와 미 국채 금리 상승은 자산 전반에 대한 미국 투자 회피 움직임을 반영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는 곧 미국 주식시장에 대한 자금 유출 가능성을 시사한다.

결국 시티는 높은 가격 부담과 불확실성 속에서 미국의 '예외주의' 시대가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본 셈이다. 시장은 이제 새로운 글로벌 균형점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며, 그 중심은 유럽과 아시아로 옮겨가고 있다는 판단이다. 시티의 이 같은 전략 변화는 곧 글로벌 자산 배분 지형도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