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또 한 번 큰 폭으로 떨어졌다. 미중 간 관세 갈등이 격화되자 투자심리가 급속히 얼어붙었다.
8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0.84% 하락한 37,645.59에 마감했다. S&P500지수는 1.57% 내린 4,982.77을, 나스닥지수는 무려 2.15% 급락한 15,267.91을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보복관세에 대응해 중국산 수입품에 50% 추가관세를 부과했다. 백악관은 "중국이 기존 보복관세를 철회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9일부터 총 104%의 세율이 적용된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증시는 순식간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장 초반 4% 넘게 오르던 나스닥은 발표 이후 급락했고, S&P500 지수도 반등세를 반납했다. 장 막판 반발 매수세가 몰렸지만 낙폭을 줄이는 데 그쳤다.
양국의 강대강 대치에 끝이 보이지 않으면서 시장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중국도 "끝까지 싸우겠다"고 예고했고, 위안화 환율은 7.42위안을 넘으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월가에서는 관세 정책에 대한 비판이 터져 나왔다.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분석가는 "트럼프의 관세는 닷컴 버블, 금융위기, 코로나 팬데믹보다도 더 파괴적"이라며 "그 논리는 과도하게 잘못 계산됐다"고 지적했다.
기술주 중심의 '매그니피센트7'은 전 종목이 하락했다. 특히 애플은 5% 급락하며 4거래일 연속 내렸다. 이 기간 하락률은 21%를 넘었고, 약 8천억달러의 시가총액이 사라졌다. 테슬라도 5% 가까이 떨어져 시총이 7,100억달러로 줄었고, 아마존 역시 2% 넘게 내렸다.
일부 업종은 상승세를 보였다.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은 5% 넘게 뛰며 의료보험주는 강세를 보였다. 정부의 메디케어 지급금 인상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다. 방산업체 록히드 마틴도 베트남의 미국산 군수품 수입 확대 소식에 5% 올랐다.
반면 대다수 업종은 하락했다. 소재, 소비재, 에너지, 부동산, 기술주가 2% 넘게 떨어졌고, 금융과 유틸리티는 비교적 선방했다.
연준 인사들도 관세에 우려를 나타냈다. 시카고 연은의 굴스비 총재는 "(관세 부담이) 얼마나 소비자에게 전가될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연은의 메리 데일리 총재는 "관세로 인플레이션이 다시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리 전망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Fed워치에 따르면 6월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이 전날 38%에서 51.5%로 급등했다.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사라졌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도 크게 올랐다. 전날보다 11% 넘게 상승해 52.33을 기록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해지며 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