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에너지기구(IEA)가 올해와 내년의 세계 석유 수요 증가 전망치를 다시 낮췄다. 이미 산유국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하루 전 비슷한 조정을 내놓은 가운데, IEA는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에너지 수요 전망에도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하향 조정 배경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언급돼 시장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IEA는 2025년 하루 평균 석유 수요 증가치를 지난달 전망치보다 30만 배럴 줄인 73만 배럴로 낮춰 잡았다. 2026년 전망치도 한층 낮아진 하루 69만 배럴 증가로 조정됐다. 이 기관은 기준 경제 성장률 가정을 하향 조정하면서 이에 따른 수요 감소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표는 하루 전 OPEC이 석유 수요 증가율을 하향 조정한 직후 나왔다. OPEC 역시 미국의 관세 정책이 글로벌 무역을 위축시키고 있으며, 이는 결국 실물 경제와 에너지 소비 모두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판단에 근거했다.
IEA는 보고서에서 "향후 90일 간의 한시적 관세 유예 기간과 이어질 무역 협상에서 상당한 긴장감이 예상되며, 이에 따라 석유 시장은 상당한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거래 시장에서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 가격은 약 보합세를 보이며 신중한 흐름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에너지 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율 관세가 제조업과 교역에 충격을 주면서 석유 수요와 투자 심리를 동시에 위축시키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만약 관세 이슈가 장기화된다면 원유 수요 둔화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처럼 각국 에너지 전망 기관들이 잇따라 수요 감소 경고를 내놓는 가운데, 유가 변동성과 실물 수요 간의 괴리는 점차 시장 내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국제 정치와 통상 정책이 원유 시장에 끼치는 영향력도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투자자와 에너지 관련 기업들은 보다 유연한 전략 마련이 불가피해지고 있다.